소녀시대, 투애니원(2NE1) 등 20대 안팎의 아이돌 그룹 속에서 4인조 여성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제아, 나르샤, 미료, 가인)는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지난해 '어쩌다', '유(You)', '마이 스타일(My Style)' 등 3곡을 히트시켜 온라인 강자로 떠오른 이들은 당시 복고와 귀여움으로 승부했지만 최근 발매한 3집 '사운드-G'에서는 '섹시'를 내세웠다.
섹시는 여성 가수와 그룹들이 꼭 한번은 테마로 잡는데,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요즘 인기있는 여성 그룹보다는 몇살이 많은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됐다는 판단에서였다.
최근 만난 멤버들은 "지금껏 신인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 예쁜 여자 그룹들이 많이 나와 깜찍한 음악과 이미지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 노련함과 성숙함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 춤, 스타일을 선택했다. 강한 여자,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도시 걸'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3집 타이틀곡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 '야하다'는 선정성 논란이 일며 화제가 돼 이들을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골반을 흔드는 일명 '시건방 춤'도 당당한 섹시미를 강조했다.
"'아브라카다브라'는 히브리어로 '말한대로 이뤄진다'는 뜻이에요. 남자에 대한 앙심을 품은 독기 어린 여자의 심정이 담겼어요. 좋아하는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는데 그 남자가 나를 다시 돌아보도록 주문을 거는거죠."(멤버들)
지난해 '후크송(Hooksong)' 광풍에 일조했던 멤버들이 선보인 '아브라카다브라'는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 대신 강렬한 전자 사운드에 다양한 멜로디 전개를 통해 '식상함'을 벗었다.
가인은 "가창력보다 반복된 가사의 중독성이 핵심인 '후크송'으로 우리 이름을 알린 건 사실"이라면서도 '어쩌다' 등은 당시의 음악 흐름에 맞춰 낸 곡이어서 100% 우리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록곡 '잘할게요'를 작사, 작곡한 제아는 "강한 비트에 맞춰 뮤지컬 배우 창법으로 노래한 '캔디 맨(Candy Man)', 어반 R&B를 농염하게 소화한 '무디 나이트(Moody Night)', 미디엄 템포 발라드인 '여자가 있어도' 등 성숙한 여자들의 진일보한 노래가 담겼다"고 거들었다.
발표하는 곡마다 떴지만 이들은 이번에 꼭 이루고 싶은 '목록'을 꺼내보였다. '아브라카다브라'라는 노래 제목처럼 말한데로 이뤄지고 싶은 희망사항이다.
나르샤는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지난해 가요 프로그램에서 '어쩌다'로 8주간 2위를 해 이번에는 꼭 1위를 해보고 싶다"며 "또 단독 콘서트와 일본, 중국 등 해외 진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가인은 "9월 개봉할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촬영을 마쳤다"며 "루게릭 병에 걸린 김명민 씨와 같은 병실을 쓰는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출연했다. 이 영화도 '대박' 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아브라카다브라'는 30일 엠넷닷컴, 도시락 등 각종 음악차트 1위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