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고방식으로는 도대체 납득이 안되거나 오래 전에 이미 극복한 악습들이 이 곳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며 무수한 여성들을 한탄과 실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베일을 안 썼다는 이유로,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염산 테러를 자행하거나 심지어 사형에까지 처한 탈레반의 미치광이 놀음은 보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상당수 아랍국가에서는 아버지의 허락없이 남자와 연애한 것이 집안의 수치라며 여성의 오빠가 이른바 '명예살인'을 저질러도 몇주에서 몇개월이면 풀려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사촌 오빠가 결혼상대로 지목하고 아버지가 허락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혼인해야만 하는 풍습 또한 거의 대부분 아랍국가에서 여전히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할례나 10대 초반 조혼 풍습 등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폭력은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무궁무진합니다.
아랍이나 이슬람권에서 여성들이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근본적 원인은 여성의 존재를 남성의 조력자, 또는 남성을 타락하게 만드는 '잠재적 유혹자'로 보는 종교적 관점에 기인합니다.
이 때문에 여성은 되도록 집안에만 머물며 외간 남자와의 대면을 피해야 하고 부득이 외출할 경우엔 두 눈만 남기고 온몸을 감싸도록 요구받는 것입니다. (사우디에서는 최근 한쪽 눈만 망사를 통해 앞을 보게 하고 나머지 한쪽 눈은 마저 가려야 한다는 믿지 못할 주장이 유력 종교지도자로부터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숱한 여성들이 시대착오적인 율법 해석과 관습 아래 억울하게 희생되고 불이익을 받아 왔지만 종교가 모든 삶의 영역을 지배하는 이슬람권의 현실에서 고루하고 완고하기 짝이 없는 남성 종교지도자들의 인식이 바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입니다.
척박하고 극단적인 자연 환경에, 부당한 관습의 굴레까지 씌운 채 인고의 세월을 보내 온 이 지역 여성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할 지... 그저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이방인 남성의 마음은 먹먹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