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노란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사실 요즘 새로 생기는 카레 전문점이나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인도.파키스탄 음식점에 가서 카레를 시키면 노란색보다는 좀 짙은 황토색 카레가 나오죠.
그런데 우리 국민들에게 '카레=노란색' 공식이 박힌건 왜일까요?
아마도 그건 수십년간 국내 시장을 꽉 잡아온 오뚜기 카레의 대표적인 색깔이 노란색이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96년 롯데삼강이 '델가'라는 브랜드로 카레 시장에 진입했다가 철수했고, 대상도 지난해 카레시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노란카레 오뚜기의 위상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부터 식품 대기업 CJ가 40년 오뚜기 아성에 도전하고 나섰습니다. '카레=노란색'이란 공식부터 깨겠다고 달려들면서 빨간색 카레를 선보인 겁니다.
광고시장에서도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CJ는 최근 '인델리 커리' 광고에서 '노란 카레, 아..하늘도 노랗다!' 라는 문구를 쓰고 있습니다. 오뚜기의 노란 카레가 지겹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 거죠.
CJ 의 공세는 무섭습니다. 광고도 광고지만 대규모 판촉전으로 '인델리 커리'는 출시 6개월만에 액상형 레토르트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돌파했다고 CJ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백화점에선 프리미엄 커리를 내세우면서 점유율이 30%를 넘었다고 하네요.
오뚜기도 가만히 당하고 있진 않죠.
최근 신제품 '백세 카레 과립형' 광고를 보면 '카레는 노랄수록 좋은 거 아시죠?'란 멘트로 시작됩니다. 어떻게 보면 CJ의 빨간 카레의 이미지를 누르기 위해 노란 카레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거죠. 카레의 색깔 전쟁이라고나 할까요.
'카레=노란색'이란 공식을 깨려는 CJ 와 지키려는 오뚜기의 전쟁,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인데요.
개인적으로... 제 가족들은 카레를 즐겨 먹습니다. 그런데 두달 전쯤 빨간 카레를 사서 먹어봤는데요. 생각보다 맛이 좋더군요. 아니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장을 보러 가서, 빨간 카레를 사려니까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이, '아빠...그거 말고, 원래 카레 사요'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어른들은 고정관념을 쉽게 깰 수 있는데, 어린이들은 '카레=노란색'이란 공식을 깨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직까지 빨간 카레가 받아들여진다는게 어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현재 국내 카레 시장은 1천억 원 규모랍니다. 이 가운데 CJ 의 목표는 시장점유율을 올해 안에 30%까지 올리겠다는 겁니다. 색깔을 내세운 카레 전쟁...직접 맛보고 결정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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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