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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북한 무리한요구 수용불가' 배경은

정부 솔직한 인식 표명.대북압박 측면 병존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에 대해 '터프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현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솔직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워싱턴 현지시간 16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현재의 4배 수준인 월 300달러, 이미 완납한 토지임대료도 납부한 액수의 31배인 5억달러를 요구한 것과 관련,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는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발전하는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그것은 현재로서는 대답할 수가 없다"고 말해 개성공단의 장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우선 개성공단을 유지하길 원하지만 개성공단 근로자 1명이 17일 현재 80일째 억류된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에 계속 끌려 다닐 수만은 없다는 정부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통행을 막았다 풀기를 반복하고 근로자를 억류하고 있음에도 '개성공단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공단의 안정적인 발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계속 천명해왔다.

이 같은 정부의 기조는 북한 핵실험을 제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문안 조율 과정에서 정부가 결의안이 개성공단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한데서도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지난 1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남북간 기존 합의 및 계약의 변경을 요하는 무리한 요구를 제시한 것을 계기로 이런 입장을 그대로 가져가는 데 다소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부로선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배수의 진'을 칠 수 밖에 없게 됐다.

주문량 감소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입주기업들이 임금과 토지임대료 및 사용료 인상 등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가운데 정부를 향해 철수를 의미하는 '퇴로'를 열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을 협상전략에 그대로 반영하게 된 것이다.

또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됨에 따라 북한의 현금 수익을 키워주는 조치를 받아들이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정부의 행동반경을 좁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런저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 대북압박용 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측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우리 발로 공단에서 나갈 수도 있다'는 강경한 협상 기조를 공개함으로써 북한이 개성공단의 현실과 동떨어진 협상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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