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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더 싸다?"...가격 역차별 논란

최근 국내 전략 휴대전화들의 '스펙다운'과 '가격차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주 대상이 된 휴대전화는 LG전자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올 2월부터 국내에서도 시판을 시작한 스마트폰 '인사이트' 입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국내에서 파는 인사이트 휴대 단말기가 미국 등에서 파는 제품보다 기능은 부족한데 더 비싼 값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제품엔 있는데 국내 제품엔 없는 대표적인 기능이 바로 'GPS' 시스템입니다.

미국 제품은 300~400달러로 대략 40만원에 50만원 선인데, 국내에서 파는 인사이트는 GPS 기능이 없는데도 69만원이란 거죠.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실제 소비자가 접하는 가격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하다며 역차별 논란을 부인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2년 약정 등 옵션을 달고 실제 소비자가 사는 가격이 171달러입니다. 국내에서도 '생돈'주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국내에서도 2년 약정으로 사면 23만원 선입니다."

GPS 기능을 뺀 데 대해선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GPS는 부가적 기능입니다. GPS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이 기능이 추가되면 단말기가 두꺼워집니다. 우리 국민들은 디자인에 민감합니다. 국내에선 단말기를 구성할 때 소프트웨어에 더 신경씁니다. 소프트웨어가 많이 깔리기 때문에 그 가격이 반영된 걸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누가 GPS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지 사뭇 궁금하더군요.

그리고 국내에서 출시되는 인사이트에 더 깔렸다는 소프트웨어가 뭔지 물었는데요.

"국내 수요자들은 카메라 기능을 중요시 합니다. 그래서 '자동촛점 기능' 같은 기능들을 추가한 게 미국 스펙이란 가장 큰 차이고요. 우리 국민들에겐 데이터 전송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전송속도가 미국에서 팔리는 것보다 두배나 빠른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기능이 20~30만원대의 가격차이를 만드는 거냐고 물었더니 일단은 그런 셈이라고 답하면서도 각각의 기능을 값으로 매길 수는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 결국은 '기능'보다 더 중요한 '가격 결정 요인'들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 부분은 나라별 시장상황과 경쟁관계, 그 나라의 이통사 정책에 따라 달라집니다. 북미 시장은 통신시장으로 세계 최대 시장입니다. 각 제조사들의 마케팅 경합 각축장입니다. 시장주도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나라 자동차가 미국 가면 더 좋은 사양에도 불구하고 국내보다 싼값에 팔지 않습니까? 같은 논리입니다. 그리고 휴대전화 시장에선 한국이 시제품 내놓는 시장, 즉 '테스트 베드'입니다. 한국 업체들이 세계 휴대전화의 트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 부분이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을 좀 높게 내놓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공략을 시작한 외국 유명 브랜드들은 고환율임에도 휴대전화 가격을 오히려 '다운'시키고 있습니다.

소니에릭슨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는 제조 가격이 800달러, 그러니까 110만원에서 120만원 사이인데도 국내에선 80만원대에 팔리고 있습니다. 노키아의 새로운 스마트폰도 39만원 대입니다. 이 제품엔 FM 라디오 기능과 MP3 기능까지 달려 있습니다.

이들은 왜 미국보다 한국 시장에서 더 싸게 팔까요?

여기에 대해선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답을 하더군요.

"노키아나 소니 에릭슨은 한국 시장에 첫 진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략상 가격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노키아의 경우 지난 2007년  출시된 모델인데, 자체 개발한 '신비안 OS'를 쓰고 있습니다. 국내 제품들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의 OS' 를 쓰고 있으니까 이에 대한 일종의 로열티 비용도 포함돼 있죠."

앞에선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값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한국 시장은 테스트 베드이기 때문에 값을 올려서 제품을 낸다고 하고, 외국 제품들은 한국 시장 첫 진입이니까 사양도 좋게 하면서 값을 싸게 하는 손해를 감수하는 거라 하고...

도대체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슬슬 짜증이 나더군요.

결국 외국 제조사들이 아무리 다양한 스펙에 싼 가격으로 공략해도 한국 국민들은 기능을 빼고도 값비싼 국산 제품을 쓸 것이란 장밋빛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삼성이나 LG 휴대전화가 세계적으로도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우리 국민들은 우리 브랜드 제품들에 대한 사랑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외국 브랜드들이 다양한 기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덧붙여 밀고 들어오면...소비자들에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결과도 나오겠지요.

확실한 건,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는 겁니다.

우리 제품이니까...그동안 쓰던 제품이니까...이러면서 값이 아무리 비싸도 또다시 국내 제조사들의 제품을 살 것이다...글쎄요.

한순간 '방심'에 '내 것이라 생각했던 시장'이 갑자기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날이 갑자기 더워지니까 별 생각이 다 드네요.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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