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솟는 금값이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금값이 치솟는 이유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한 화폐가치의 하락이 주 원인입니다. 예전 같은 금본위제도나 금,은 태환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과 실물 불안으로 화폐가치에 대한 신뢰를 제공해 줄 각국 경제가 불안해지면 결국 인류문명이 탄생한 이래 늘 최후의 지불수단이 되어 왔던 금이 각광을 받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 같습니다.
UBS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5년 안에 현재 온스당 1천 달러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금값이 2천5백 달러 이상 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으니 경제위기에 따른 화폐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에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당장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찍어내고 있는 데다 이후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은 결국 물가폭등으로 이어져 화폐의 구매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뜨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연 언제까지 미국의 달러패권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 관심거리인데,
불과 몇 년전까지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쳤던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속 터지는 노릇이겠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화폐가치의 하락은 결국 힘의 몰락, 제국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곤 했습니다.
1. 로마제국과 돈값
많은 이들이 '팍스 로마나'를 구축하며 서구문명의 토대를 제공한 로마제국을 현재의 미국과 비교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로마 제국의 화폐가치 변동이 미국의 달러화 가치와 거의 비슷한 라이프 싸이클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국로마의 화폐는 원래 순도 100%의 금화와 은화였습니다. 첫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는 스페인과 프랑스 지역의 금광에서 캐낸 금과 은으로 화폐 공급량을 폭발적으로 늘려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후손들의 폭정과 실정으로 로마 황실의 재정이 다시 바닥이 났고 귀족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하죠.
로마제국의 돈 값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폭군 네로 시절 부터입니다. 로마재정이 완전히 고갈되자 네로는 금화와 은화의 순도를 10%씩 낮춰 버립니다. 예를 들면 금 1판운드로 금화 40개 정도를 만들던 것을 45개씩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일종의 평가절하인 셈인데 화폐 공급량은 늘었지만 화폐가치가 떨어지니 당연히 물가가 폭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합니다.
이런 악순환은 로마 몰락 때까지 지속돼 필립과 고티쿠스 황제 시절인 244년 이후엔 은화 '디나리우스'에 실제로 함유된 은의 양은 처음의 1/20, 나중엔 1/5000까지 떨어지면서 화폐가 아닌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수준까지 추락합니다.
네로를 로마제국 몰락의 원흉으로 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바로 이런 화폐 가치 하락에 불을 당겨 로마 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늪으로 몰아넣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세기 세계를 지배한 미국의 달러화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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