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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 금융시장 '공포'가 지배…공황 상태

대내외 악재에 주가폭등·환율폭락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악재로 3월의 시작과 함께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가 씨티그룹의 국유화와 경기지표 악화 등으로 1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값 급락)했다.

국내 산업생산이 25%나 감소하며 사상 최악으로 추락하는 등 실물 경기의 악화까지 더해져 시장 분위기는 '공황' 상태로 치달았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외화 차입 만기가 이달에 몰려 있고 경기 불황이 짙어지는 가운데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 회수를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라지기 전까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환율 11년만에 최고치..주가 4% 급락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3원 폭등한 1,570.3원으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로 4% 이상 급락한 1,018.81로 마감하면서 외환시장을 자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4천억 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무엇보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씨티그룹의 국유화 소식에 7,000선으로 주저앉은 것이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했다.

여기에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6.2% 감소해 26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는 발표로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또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도 국내 시장 참여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광공업생산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5.6% 급감해 3개월 연속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 경기 악화 우려감을 부추겼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지표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 씨티그룹의 국유화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급랭한 것이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의 악순환 고리가 진행형"이라며 "당분간 주식시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향과 외국인 매매 방향, 환율의 움직임에 연동돼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은행권의 외화차입금 383억 달러의 26%인 100억 달러가량의 만기가 3월에 집중된 가운데 우리나라의 해외채권 발행 여건을 보여주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9일 3.26%에서 23일 4.48%로 급등했다가 26일 4.30%까지 꺾였지만 27일에는 4.38%로 다시 상승했다.

◇ "금융불안 지속 전망"

전문가들은 씨티그룹의 국유화, 동유럽 경제위기 가속 등 전세계 금융시장의 요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국이 씨티그룹의 국유화 이후 다른 은행들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면 전 세계에서 투자자산 회수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푸르덴셜증권 이영권 투자전략팀장은 "동유럽이 위험해지면 서유럽 은행들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한국 등의 지역에서 자금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미 증시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선 국내 금융시장도 부정적인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도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내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계속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외 실물 경기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3~4월 외국인투자자의 주식배당금 역송금, 북한의 미사일 문제까지 가세하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아시아지역 내 통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등 최근 환율과 증시 불안은 글로벌 신용경색의 산물이지 국내 시장만의 특성은 아니다"라며 "환율과 주식시장이 모두 당분간 동반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외국인투자자의 주식배당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지 않고 외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 않다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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