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7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며 미국의 핵위협이 남아있는 한 관계정상화가 이뤄져도 핵보유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가진 문답에서 "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철두철미 별개의 문제"라며 "설사 조(북).미관계가 외교적으로 정상화된다고 해도 미국의 핵위협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우리의 핵보유지위는 추호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조.미관계 정상화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안전을 더욱 믿음직하게 지키기 위한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며 "조선반도 핵문제는 본질에 있어서 미국 핵무기 대 우리 핵무기 문제"라고 밝혀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한에 대한 불가침이 확실한 상황에서만 핵포기가 이뤄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없이는 살아갈 수 있어도 핵억제력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조선반도의 현실"이라며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없이도 수 십년을 살아왔고 지금도 끄떡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조미관계 정상화를 우리 핵포기의 대가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며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게 된 것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나 경제지원 같은 것을 바라서가 아니라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선 핵포기, 후 북미관계 정상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은 관계정상화를 마치 우리에게 주는 선사품인 것처럼 여기는 미국의 대국주의적 근성의 발로이고 조선반도 핵문제의 본질에 대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관계정상화를 강조한 지난 13일자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이 미국을 포함해 나머지 국제사회와 더 정상적인 관계를 갖기 위해서 6자회담 하에서 어떤 의무와 책임을 갖고 있는 지는 매우 명확하다"며 "거기까지 이르기 위해서 북한은 6자회담을 끝내야 하며 그렇게 되면 비핵화된 한반도도 성사될 것"이라면서 6자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한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