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간의 충돌 취재차 가자 접경지역에 나와 있습니다.
전황이나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스런 현실은 뉴스를 통해 확인하고 계시리라 믿고 제가 머물고 있는 곳 주변 상황을 여건되는 대로 전해드릴까 합니다.
개전 이후 줄곧 카이로에서 전황과 주변국 움직임 등을 종합해 보도해 오다 지난 주말 양측의 충돌이 지상전으로 확대되면서 이곳 이스라엘 남부 가자접경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이름은 <키부츠 니르암>으로 어느 언덕에나 올라서면 탁트인 평원 건너로 가자지구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곳입니다.
양측의 교전 상황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CNN이나 AP, Reuter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대거 특파원과 사진기자, 기술팀을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죽기살기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망하기 좋은 위치라는 얘기는 결국 그만큼 국경과 가까워 기자들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 짐작하기 어렵지 않으실 것입니다.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가자지구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이스라엘 군에 대항해 하마스도 하루에도 수십차례 로켓과 박격포를 쏘아대고 있는데, 제가 머무는 곳도 주 타겟 중 하나인 모양입니다.
도착 첫 날부터 요란한 굉음과 함께 포탄들이 몇분 간격으로 날아드는데 몇 백미터 이내에 떨어질라치면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충격과 함께 몇 초 뒤 화약 냄새가 희미하게 코 끝에 스며듭니다.
기사 작성과 전송을 위해 구한 임시 사무실 근처에는 다행히도 방공호가 마련돼 있습니다.
예닐곱명 들어가면 꽉 찰법한 두세평 크기의 콘크리트 건물인데 출입문은 눈에 잘 띄도록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오랜 세월 팔레스타인의 로켓 공격에 시달려 온 이스라엘은 방공 시스템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적의 로켓이 발사되면 군 당국이 로켓 향하는 지역을 파악해 늦어도 낙하 12초 전에 해당 지역에 통보해 공습경보를 내리게 합니다.
12초란 시간 안에 방공호로 대피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대피 싸이렌이 울렸다 하면 곳곳에서 앞다퉈 근처 방공호로 미친듯이 달려가는 광경이 속출합니다.
저 역시 도착 첫날부터 하루에도 몇차례씩 일하다 말고 싸이렌 소리에 놀라 사무실 근처 방공호로 달려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방공호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때마다 만일 깜빡 잠이 들었거나 방공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로켓이 떨어지면 어쩔뻔 했나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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