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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요자들 "집 살까, 말까" 고민의 계절

강남 투기지역 해제로 '오른다' VS 실물경기 침체로 '안오른다'

"바닥이냐, 반짝 상승후 하락이냐"

강남 주택 수요자들이 내년도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라는 호재와 상반기 구조조정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라는 악재 속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업무보고 과정에서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가 보류되긴 했지만 내년 이후에 풀릴 경우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과, 경제 위기로 상승세를 타긴 어렵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지난 22일 투기지역 해제가 보류된 후 사라졌던 매물이 다시 등장하고 있지만 매도자들은 가격을 올리고, 매수자들은 싼 물건을 원해 거래는 중단된 상태다.

내년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인해 주택 수요자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 재건축 매물 재등장...매수자 관망 = 지난 18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발언 이후 급매물이 팔리고 매물이 모두 회수됐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투기지역 해제가 유보된 후 지난 주 중반부터 다시 매물이 나오고 있다. 호가는 투기지역 해제 언급 이후 1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 그대로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낮은 가격을 원하고, 매도자들은 상승 기대감에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어 거래가 안되고 있다"며 "거래 공백이 며칠 더 계속된다면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회수됐던 매물이 오른 가격에서 다시 등장했다. 36㎡는 4억8천만-5억원, 49㎡는 7억5천만원을 호가하지만 매수자들은 관망하고 있다.

개포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투기지역 해제가 보류된 후 매도자와 매수자는 힘겨루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매수자들은 2-3월 경제 위기설에 무게중심을 두고 관망하고 있는 반면 매도자들은 투기지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절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팔 사람은 102㎡는 8억원, 112㎡는 9억5천만원선에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살 사람은 '너무 비싸다'며 지켜보는 수준이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으로 늘었던 매수 문의가 보류 발표후 중단됐다"며 "매수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지구, 둔촌지구 등도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으로 초급매물은 사라지고 일반 매물만 남으면서 거래가 끊겼다.

◇ 매수.매도자 '바닥 몰라 답답하다' = 금리인하, 투기지역 해제 추진으로 강남 집값이 들썩거리기 시작하자 집을 사고 팔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다. 집값이 바닥을 쳤는지, 좀 더 빠질 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집을 팔 사람은 대출 금리가 떨어진데다 강남권이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강남 3개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

반대로 집을 살 사람들은 내년 상반기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실물경제가 나빠질 경우 가격이 추가 하락할까봐 매수를 주저한다.

실제로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려했던 김모(37)씨는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으로 가격이 뛰자 내년으로 매수 시기를 연기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급매물이 팔렸다는 소식에 매수 시점을 묻는 문의가 늘었다"며 "바닥인지, 아닌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개업소에서는 조바심을 낸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대출이 자유로워지고, 금리도 낮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강남권의 집값이 오르면 강동, 분당, 용인 등 인근 지역으로도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PB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투기지역 해제를 전후해 잠깐 강남권 집값이 오를 수는 있지만 그것은 잠시 '밀월기'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상존해 있고, 내년 상반기 기업 구조조정과 실물경제 침체, 자영업자와 중소업체 부도 등이 본격화될 것을 고려할 때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의 안목이 높다는 은행 부자 고객들도 아직까지는 대체로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는 게 은행 PB들의 전언이다.

신한은행 PB센터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지금 급매물을 사는 사람은 실수요자로 보이고, 급매물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1-2개만 팔려도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부자들은 내년 거시경제의 큰 틀을 지켜보며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강남PB센터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시세보다 아주 싼 초급매물은 사도 좋지만 오른 가격에 추격매수할 필요는 없다"며 "서두르지 말고 내년 상반기 경제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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