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강간범이 재판 절차에 서툴러 항소취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바람에 1심 형이 확정돼 옥살이를 할 뻔 했으나 `상소 절차속행 신청'을 안내한 검찰의 도움으로 교도소행을 면했다.
12일 서울고검에 따르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돼 지난 8월 말 불구속 기소된 A(20)씨는 10월 1심을 담당한 수원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A씨 가족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으나 이후 A씨를 고소한 피해자 측과 합의가 돼 고소취소장을 상대로부터 받아 법원에 냈고 A씨는 법원 직권으로 석방됐다.
A씨는 석방되자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착각하고 지난달 10일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에 항소를 하지 않겠다는 항소취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A씨가 피해자의 고소취소장을 1심 선고 이전에 냈다면 공소기각 처분됐겠지만 1심 선고 뒤에 법원에 낸 것이 문제가 됐다. 강간 등의 친고죄는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1심 선고 이후라면 양형 참작사유로만 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의 경우 1심이 끝난 뒤 고소취소장을 접수해 항소심까지는 받아야 했음에도 항소취소장을 내는 바람에 1심의 실형이 사실상 확정돼 버린 것이다.
서울고검 사건과는 형을 집행하려고 재판기록을 검토하던 중 A씨가 항소심 개시 전 항소취소장을 내는 실수를 해 억울하게 실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돼 `상소 절차속행 신청'을 하면 실형을 모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A씨에게 알렸다.
형사소송규칙 154조에 따르면 상소의 포기 또는 취하가 존재하지 않거나 무효임을 주장하는 사람은 취하 당시 소송기록이 있었던 법원에 절차속행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이를 인용 또는 기각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서울고법은 지난 8일 A씨의 상소 절차속행 신청을 인용했으며 A씨는 내년 1월로 기일이 잡힌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고검 측은 "다른 사례에 비춰볼 때 항소심에서 고소취소장을 접수한다면 집행유예로 형량이 감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