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는 타고난 것일까요, 길러지는 것일까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대표적 천재인 아인슈타인 박사가 말했다지만 '영재'는 교육학적으로 보면 '타고 난' 것이 맞습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선천적인 비정상인입니다. 일반인보다 사고력, 종합력, 유추나 해석력, 집중력이 너무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영재'들은 우리가 받는 평범한 교육을 받을 경우 오히려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처럼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나 에디슨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약간은 특별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런 특별한 능력을 잘 발현하도록 도와주면 특정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영재를 조기에 찾아내 그에 맞는 교육을 시키려고 혈안이 돼있습니다. 어느 재벌 회장님이 하신 말씀대로 '한명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고 결국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영재들은 그 특별한 지적 능력으로 인해 흔히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앞서는 내용의 지식을 습득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몇살 때부터 영어를 하고 몇살 때 미·적분을 뗐다는 것이 영재임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로 통용되죠. 그러다보니 교육열이 기형적으로 뜨거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영재를 키워내는 것이죠. 자신의 또래에 배우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학문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이른바 선행학습이 그것입니다. 초등학교 3~4학년이 중학교 수준의 수학을 공부하고 그런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면 진짜 영재인 것처럼 보이죠. 지금 서울 강남을 비롯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영재학원들이 대부분 이런 방식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선척적으로 타고 나는' 영재를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식의 교육이 전체적인 지적 성장을 놓고 볼 때 절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에게 큰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유아교육학자,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입식으로 이뤄지는 선행학습은 아동에게 해당 개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주지 못하고 그저 문제를 푸는 기술만 늘려줘 학문 발전의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심하면 자기 능력 이상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아동이 잦은 좌절감에 시달리다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다시 말해 영재 흉내를 내서 무늬만 영재가 되려다가는 정상적인 능력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이 이렇게 '영재'에 대해 착각하고 잘못된 교육을 시키게 된 것에는 이 사회의 책임도 큽니다. '영재'라는 개념을 혼용해 헷갈리게 만든 것이죠. 앞서 설명했듯이 '영재'는 평범하지 않은 지적 능력을 타고 난 아동을 지칭하는 것이지, 공부를 잘하는 아동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공부는 꼭 '영재'가 아니라도 잘할 수 있습니다. 꾸준하고 끈기 있는 노력과 정성은 선천적인 '재능'에 우선합니다. 대신 그런 공부는 '앞서 달려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참고 기다려 학문에 대한 참된 즐거움을 찾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학문의 길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일진대 초반부터 마구 달리다 오버 페이스를 해서 중도에 기권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견실하게 한걸음, 한걸음씩 착실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더 바람직하다는 것, 누구나 아는 상식 아닐까요.
얼마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영재교육을 활성화하겠다며 여러가지 방안을 내놨습니다. 당연히 꼭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교과부는 영재에 대해 이런 잘못된 인식이 가져오는 우리 사회의 갖가지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저 영재 교육의 '양'만 확대해서는 '무늬만 영재'를 길러내려는 학부모들의 무익한 몸부림만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영재교육이 참된 영재교육으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먼저 이렇게 잘못되고 혼란스러운 '영재'라는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리해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교육당국부터 '영재'를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행태를 그만 둬야 합니다. 정확하게 영재가 무엇인지, 영재교육이 표방하는 무엇인지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재교육 대상자를 제대로 선발해야 합니다. 단순히 또래보다 우월한 지식을 갖췄다고 영재라고 규정하는 손쉬운 방법만으로는 역시 '무늬만 영재'를 양성할 뿐입니다. 정말 창의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영재를 선별해내고 이들을 영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정밀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우선돼야 합니다. 영재교육이 '좋은 대학에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는 현 상황 아래서 영재교육의 확대는 백해무익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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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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