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70일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여야는 아직도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한 채 접점 없는 대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시행하려 했던 각종 민생 대책이나 추경예산이 국회 파행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강경론이 계속 득세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힘겨운 선거 끝에 당선된 어느 한 초선의원이 말합니다. "정말 열심히 일 좀 하고 싶었다. 내 스스로 유권자들에게 절대 싸우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난 그 약속을 지킬 책임이 있지만 지금 여건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하고 있다. 초선이 설친다는 얘기가 듣기 싫어서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끝없는 대치가 결국은 우리 정치인 전체가 욕을 먹는 선을 넘어 정치 불신을 더 조장하게 되는 게 더 답답할 뿐이다."라고 하소연합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말한 대로 지난 두 달 여 동안 국회가 공전되는데도 의원 세비 명복으로 60여억 원이 지출됐습니다. 하루에 1억 원씩 노는 국회에 지불된 셈입니다. 의원들은 그래도 일을 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실제로 초선의원들의 의욕적인 활동에 힘입어 국회는 폐업상태지만 두달 남짓 동안 국회에 제출된 의원 발의 법안은 벌써 500건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법안을 내면 뭐하겠습니까? 그 법안들을 심의할 상임위조차 구성되지 않았으니 말이죠.
야권은 새 장관들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과 국회 쇠고기 국조특위에 출석을 거부한 총리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없으면 8월 임시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KBS 사태를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로 몰아부칩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공언합니다. 국회를 정상화시킨 뒤에 이런 투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실제로 야권 내에서 국회를 정상화시킨 뒤에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81석의 소수 야당으로써 투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현실론과 야당으로서의 선명성 유지가 맞물리면서 대여투쟁은 강경기조로 내달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여권도 마찬가지죠. 대통령은 새 장관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았으니 법에 따라 6일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총리는 특위나 상임위에 총리가 나간 전례가 없다며 여야가 합의한 국회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한동안 야당 달래기에 주력했던 한나라당도 기조를 바꿔 이제는 단독 원 구성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쇠고기 사태로 잃었던 국정의 주도권을 다잡겠다는 여권의 포석이 읽혀집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어차피 올림픽에 언론의 관심이 갈 테니 야권의 불같은 공격을 맞불로 끄겠다는 화전을 펼친 뒤에 비난 여론이 일 때쯤해서 여야 협상 물꼬를 풀어보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야 모두 강경노선을 걸으면서 당분간은 국회 정상화는 어려워 보입니다. 올림픽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만큼 국회 장기 파행에 대해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피할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일 겁니다. 최근에 기자가 탔던 한 택시기사는 국회 상황에 대해 묻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 관심 없어요. 그 X들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 선거때나 무지하게 일 할 것 같이 말하지만 국회 들어가면 맨날 저라잖아요. 불쌍한게 우리 서민들이죠."
여야 지도부가 열린 가슴으로 들어야 할 호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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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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