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빨치산이 활동했던 임실지역에는 한국전쟁기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민간인들이 적지 않은데요.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원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금광입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1년, 군인들이 이 폐광 안에 숨어 있던 빨치산을 잡겠다며 사흘 동안 갱도 입구에 불을 피웠습니다.
전쟁을 피해 폐광으로 들어왔던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연기에 질식해 억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박종열(71세)/ 당시 마을주민 : 식량도 있고 들어가보니 따발총도 있더라고요. 한 번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전부 죽어서 땅바닥에 있더라고요.]
빨치산의 출몰이 잦았던 임실지역에는 토벌군으로 나선 군인과 경찰, 또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됐습니다.
유족들은 부모와 형제의 억울한 죽음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야 했습니다.
[박탁/민간인학살 임실군 유족회장 : 가족들의 참혹한 죽음, 학살상황 얘기를 들을 때 안타깝고 가슴아프고 목이 메이는 그런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임실지역의 민간인 피해 현황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청웅면 폐광사건 등 한국전쟁을 전후해 일어난 40여 건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게 됩니다.
진실 규명이 이뤄지면 군과 경찰 등 관계 기관에 대한 사죄와 추모사업을 권고하게 됩니다.
[박형호/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 : 관계되는 기관의 정부 차원의 사죄와 함께, 또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 이런 후속 작업들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수십 년 세월도 치유하지 못한 전쟁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솔직한 증언과 사죄, 피해자들의 진정한 용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