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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마디 없는 당국…법률자문 필요" 애끓는 유족

금강산 관광 중 북한군 초병에게 피살된 고  박왕자씨의 유족들은 사건 발생 나흘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언론의 후속보도를 통해 사망경위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좌절감과 함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대아산 측에서 민간부문을 통한 사건경위 조사와 정부 당국간 접촉로 확보를 위해 지난 12일 금강산으로 떠났지만 14일까지 유족 측에 들려온 소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박씨의 아들 재정(23)씨는 "뒤늦은 언론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는 게  화가 난다"며 "가장 애태우며 소식을 기다리는 이가 유족인 것이 분명한 만큼 중간중간 연락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무척이나 좌절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남북한 당국 사이의 대화가 단절됐다는 사실에 근본적인 좌절감을  내비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에서 혹시 진실의 단면이 드러날 것을  고대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국과수가 지난 11일 부검을 끝내고 14일 혹은 15일에 1차적인 소견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지만 정확한 시간도 모른 채 막연히 언론보도를 기다리고 있는 것.

사건 당일인 지난 11일에도 사망소식을 오후 2시 30분에야 현대아산 측으로부터 전해듣고 지시에 따라 부랴부랴 속초로 향했지만 박씨 시신이 국과수로 이송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중에 서울로 돌아왔었다.

방씨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뒤돌아 보니 책임있는 당국에서 가장 애태우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며 "조문하러 오는  공직자들은 저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현대아산 관계자들이 빈소 근처에 머물고 있지만 이들이 사고경위를 파악하는 실무 관계자가 아닌 데다 보상을 두고 협상할 상대이기 때문에 마음을  터놓기엔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유족과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날 오전 보상문제를 두고 협상을 했지만 서로 먼저 조건을 제시하라고 부딪치면서 합의를 보지 못했고 이후 상대에 대한 험담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족들은 답답한 마음에 이날 오후 1시께 빈소를 방문한 6.25남침피해자유족회 '백골유격대' 대장 백한기씨 등 회원 7명에게 법률지원 등 '실질적 도움'을  청하기 도 했다.

박씨의 시누이(52)는 백씨로부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별도로 설치한다는 말을 듣고 "망자의 얼굴을 팔아 단체를 선전하려는 것은 아니냐"며  경계하면서도 "우리 같은 서민이 법률자문을 얻을 수 있도록 아는 데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백씨는 빈소를 떠나면서 한국전쟁 당시 서울수복 이후 민간인들로 결성된 비정규부대라고 백골유격대를 소개하며 "당시 17세이던 나는 공비 잔당을 원없이 쏘아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빈소에는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강기갑 의원 등 정치계 인사들도 조문해 사고경위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돕겠다 는 의사를 밝혔다.

천 대표는 "관광하는 민간인을 초병이 총격으로 숨지게 한 불상사는  남과 북, 그리고 향후 한반도를 위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진상조사는 남북 공동으로 이뤄져야 하며 북측은 공동조사를 수용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남북긴장을 걷어내고  내일로 가는 데 암초가 돼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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