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경제관련 뉴스에 'IMF 외환위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지표가 그만큼 안 좋다는 말이겠죠.
특히 주말 미국에서 들려온 '심상치 않은' 소식은 미국 경제에 대공황의 먹구름이 밀려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함께 그럼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 불안감을 가져올만 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미국 주택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FanniMae' 와 'FreddieMac'이 무너질 수 있다는 소식에 증시가 휘청거렸고 부시 대통령과 폴슨 재무장관, 버냉키 FRB 의장이 앞다투어 이를 진화하려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도대체 이 두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길래 위기설이 돌자마자 대통령과 경제수장들이 나서서 즉각 반응을 한 것일까요?
이 두 회사는 무슨 새 이름처럼 우스꽝스런 이름을 갖고 있지만 미국 주택시장 나아가 미국 경제의 '척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FannieMae는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 우파경제학자들이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집을 사려고 대출받는 사람들이 좀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고 빌려주는 은행이나 금융회사들도 위험을 줄인 채 돈을 빌려줘 주택시장이 기능하게 하도록 미 연방주택국 산하에 공기업 형태로 운영을 하다 1968년 민간회사로 분리시켰고 FreddieMac은 1970년 패니매와 경쟁을 하도록 만든 회사입니다. 두 회사 모두 형태는 민간 회사이지만 암묵적으로 정부가 이 회사들의 담보물건을 보증해 준다고 시장에서 믿기 때문에 이 회사들이 보증하면 시장에서 좋은 금리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국책보증업체'라고 부르기도 하죠.
역할은 대공황 시절과 비슷합니다.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은행이나 금융회사로부터 모기지를 받으면 은행이나 금융회사는 이 모기지를 패니매나 프레디맥으로부터 보증을 받습니다. 그런 다음 이 두 회사는 이 모기지를 투자자들에게 다시 팝니다. 이 과정 덕분에 집을 빌리는 사람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은행들도 이 금리에 빌려주는 거죠. 조금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분양시장에서 청약자들이 혹시 건설회사가 망해도 공기업인 '주택보증기관'에서 공사를 마무리 하도록 해주니까 마음놓고 청약신청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큰 돈이 오가는 주택시장에 '신용'을 주는 버팀목인 셈입니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이 두 회사의 규모는 신용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는 절대적인 위치입니다. 전체 모기지 시장 규모 12조 달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조 3천억 달러를 이 두 회사에서 보증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생겨 순수 민간 모기지 업체들이 보증에 적극 나서지 못하면서 신규발행 모기지의 3/4을 이 두 회사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5조 3천억 달러라는 액수는 미국 전체 경제(GDP)의 38%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두 회사가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주택차압이 급증하면서 버티지 못하고 위기를 맞은 거죠. 이들이 보증해 준 규모가 이미 두 회사의 자산을 뛰어넘은 상황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이 두 회사의 위기론이 거론된 날에 미국 내 2위 모기지 업체인 'IndyMac' 은행이 투자자들이 은행이 무너질 줄 알고 너도나도 돈을 찾는 '뱅크 런(Bank Run)' 현상이 나타나 결국 문을 닫고 정부가 이 회사의 모기지를 보증해 주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인디맥 은행은 서브 프라임이 아니라 한 단계 높은 건전한 대출인 'Alt-A' 업체라는 점에서 더 충격을 주고 있죠.
물론 앞서 설명한 대로 FannieMae와 FreddiMac이 미국 경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때문에 "정부가 이 회사들을 영국의 노던 록 은행처럼 국유화한다"(폴슨 재무장관이 서둘러 부인함), "미 연준(FRB)이 싼 이자로 이 두 회사에 긴급자금을 조달해 준다"(미 연준의 공식반응은 아직 없음) 등 갖가지 대책이 거론되고 있고 어떤 방식이 됐든 이 두 회사를 망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있습니다.
문제는 이 회사들을 살리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는 커지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모기지 이자는 오르게 되며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신용경색'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는 가계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미국 경제를 갈수록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가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고조로 심리적 저지선인 150달러를 육박한 146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럴 경우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선 역대 최장 매도기간 기록을 세우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용경색 상황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하려고 우리 증시에서 더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비교적 오래 보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채권까지 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외국인이 국내 자산을 팔고 돈을 가지고 나가려면 달러로 바꿔야하기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 밖에 없는데 '강만수 경제팀'이 물가를 잡겠다고 외환보유고를 쓰면서 원.달러 환율 인하에 매달리고 있기때문에 외국인이 갖고 나가는 달러 규모에 따라 우리 외환보유고에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환율방어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또, 미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덜 사면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업체들의 제품은 덜 팔리게 되고 이 회사들의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겠죠. 이런 전망은 다행히 미국 정부가 이 두 회사를 살리고 시장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전제에서 이렇다는 말입니다. 만약 미 주택시장의 '척추'인 이 회사들이 무너지면 미국은 급격히 '대공황의 현실화'에 직면할 수 있기때문에 그때부터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입니다. 미국 모기지 회사의 회생을 멀리 이 한국에서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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