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쇠고기 수입 고시를 발표했습니다.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이후 22일 수입 위생 조건을 입안예고한 지 40여일만입니다.
정부는 입안 예고 이후 광우병 발생 후 대응 방안과 특정위험물질 기준에 대해 쏟아진 많은 지적을 검토해 미국과 추가 협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 중단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고, 특정위험물질 기준을 미국 내수용과 동일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정부의 발표가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입니다.
☞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발표안 바로보기 : http://web.maf.go.kr/wiz/user/usabeef/
전문가 자문위가 문제 삼는 건 우선 1조 1항과 9항의 특정위험물질, SRM에 대한 규정입니다. 1조 1항은 30개월 미만 소의 모든 식용 부위와 그것으로 만든 식품을 수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부칙 2조에서 미국이 강화사료금지 조치를 공포하면 월령제한을 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30개월 이상된 소의 뇌, 눈, 척수, 머리뼈, 등배 신경절, 등뼈를 SRM이라고 규정했는데요. EU는 12개월 이상된 소의 뇌, 눈, 척수, 머리뼈와 24개월 이상된 소의 등배 신경절, 30개월 이상된 소의 등뼈를 SRM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이 사실상 허용된 것이고, EU가 광우병 위험 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수입 허용한 것이라는 비판입니다.
다음으로 문제 삼는 게 5조입니다.
'미국에 BSE가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미국정부는 즉시 철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정부에 알려야 한다. 미국정부는 조사 내용에 대해 한국정부와 협의한다. 추가 발생 사례로 인해 OIE가 미국 BSE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자문위는 이 조항에 따라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즉시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조항 삭제를 요구해왔습니다.
정부는 고시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추가 협상을 통해 즉시 쇠고기 수입 중단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본 수입위생조건 제5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GATT 제20조 및 WTO SPS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내용의 부칙 6조를 추가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 부칙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비판합니다. 어떤 법률이건 본문은 부칙에 우선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정부의 말대로 미국의 광우병 발생 즉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려면 '5조에 관련하여'가 아니라 '5조에도 불구하고'로 표현돼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의 수입 조건에 따르면 정부가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경우 본문 우선 해석에 따라 무역 분쟁 소지가 있고,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국가에 대한 소송도 당할 수 있다는 거죠.
정부는 또 특정위험물질에 대한 규정을 미국 내수용과 같게 만들기 위해 고시 부칙 5조를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칙 5조는 '본 수입위생조건 제1조(9)(나)의 적용과 관련하여 미국정부는 미국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수출용 또는 내수용을 불문한다)로부터 미국규정(9CFR§310.22(a))에 정의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다. 한국정부는 수입검역·검사과정에서 현행 미국규정에 따른 특정위험물질이 제거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쇠고기 또는 쇠고기제품을 발견한 때에는, 본 수입위생조건 제23조 및 제24조의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조 9항(나)에서 문제가 되는 건 척주안의 경추와 요추, 흉추의 횡돌기와 극돌기를 SRM에서 제외한 부분입니다. 이 부위들은 미국은 SRM으로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었는데 이 부칙에 따라 미국 내수용과 같은 기준을 갖게 됐다는 거죠. 그러나 만약 미국이 SRM 규정을 바꾼다면 거기에 휘둘릴 수 있다는게 자문위의 비판입니다.
정부가 협정문의 보완 조치로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정부는 원산지 표시제를 학교 등 집단 급식이 이뤄지는 곳과 소규모 음식점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위해 단속 담당 공무원을 4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요. 현재 300제곱미터 이상 일반 음식점에서 소규모 음식점으로 확대되는 것에 비해 단속 공무원 수가 역부족일 수 밖에 없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행정, 예산 지원책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입니다.
혀와 곱창을 수입한 것의 3%를 해동해 조직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조직검사 결과는 어느 부위를 자르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얼렸다 해동한 것에서 자를 부위를 제대로 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정부는 '검역주권'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고시를 발표했지만 '검역주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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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재규 기자는 2005년 SBS 기자로 입사해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 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취재로 우리 일상의 사건.사고와 숨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