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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어머니의 '수호천사' 집배원 이광옥 씨

"친정 작은 어머님께서 우체국 아저씨를 너무도 간곡하게 찾으시기에 제가 나섰습니다."

13일 전북체신청에 따르면 최근 김찬기 체신청장 앞으로 현금 3만원이 동봉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저는 서신동에 사는 주부입니다. 몇 번을 망설이고 고민하고 미루던 끝에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로 시작된 3장 분량의 편지지에는 한 우체국 집배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자신을 '서신동에 사는 주부'라고만 밝힌 발송인은 "작은 어머니가 작년 겨울 혼자 호성동의 눈 덮인 길을 걷다가 미끄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도와 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며 작은어머니의 일화를 소개했다.

자칫 길에서 동사할 뻔한 편지 발송인의 작은 어머니를 구해 준 것은 '우체국 봉고차에서 내린 안경 쓰고 키 큰 젊은 사람'이었다.

"작은 어머니가 '이제 얼어 죽는구나' 싶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우체국 차량에서 한 집배원이 내려 작은 어머니를 업고 집까지 모셔다 줬다고 합니다. 온 몸이 추위에 마비된 작은 어머니를 따뜻한 방에 눕게 하고 몸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가시더랍니다."

편지 발송인을 친자식처럼 키워준 작은 어머니였기에 얼굴과 이름을 모르는 집배원에 대한 고마움은 컸지만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 지 몰라서 차일피일 미루던 중에 비슷한 일이 최근 또 벌어졌다.

마을 어귀에 넘어져 있는 작은 어머니에게 그때 그 집배원이 수호천사처럼 나타나 집까지 데려다 준 것.

제대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터에 벌어진 일이라 감사의 마음은 더 컸지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도 그 뒤론 도통 그 집배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주부는 "텔레비전에서 보는 어느 누구의 따뜻한 마음을 방송이라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는데.. 그 아저씨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진짜 감사 드리고 싶다. 적은 돈이지만 따뜻한 아저씨께 식사 대접이라고 생각하고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편지를 받은 전북체신청은 수소문 끝에 선행의 주인공이 작년부터 동전주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집배원 이광옥(42) 씨임을 알아내고 최근 이 씨에게 "우편 배달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주변을 돌보는 선행을 펼쳐 줘 고맙다"며 꽃다발과 기념품을 전달했다.

평소에도 주민들에게 친절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광옥 씨는 "누구라도 그런 일을 했을 거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알려져서 민망할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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