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분상의 문제 아닌가. (이)승엽이가 빨리 '요미우리'라는 말이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 13일 목동에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극심한 부진 원인을 일본프로야구에서 '요미우리'라는 팀이 갖는 위상과 여기에서 파생된 외국인 선수의 스트레스로 규정했다.
2005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이승엽 전담 코치이자 순회 코치로 활약했던 김 감독은 "승엽이가 요미우리로 갈 때부터 그게 가장 염려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의 전국적인 사랑을 받는 요미우리에서 잘 하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못하면 금세 잊혀질 수 있는 게 외국인 선수.
정민태, 정민철, 조성민 등 내로라하는 한국인 투수들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회도 잡지 못하고 빛도 못본 채 퇴단, 요미우리는 '한국선수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이 징크스를 깬 게 바로 이승엽이었지만 요미우리 3년차를 맞은 올해 초반부터 부진이 계속되자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까치 더해져 더욱 늪에 빠져든 것으로 김 감독은 분석했다.
이승엽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편이어서 김 감독은 전날에도 요미우리 경기를 TV로 관전하면서 직접 요미우리 역대 외국인 선수들의 기록을 일일이 찾아봤다고 한다.
김 감독은 "승엽이가 2006년 홈런 41개를 때리고 108타점을 올렸는데 역대 요미우리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좋았다"고 평했다.
이승엽은 홈런에서는 2004~2005년 51개와 45개를 때린 터피 로즈(현 오릭스)에 이어 2위, 타점은 112개를 기록한 워렌 크로마티 이후 두 번째로 많다.
다키하나 다쿠오 요미우리 구단주는 2년 전 이승엽의 맹활약에 반한 나머지 "역대 최고 용병 크로마티 이후 이승엽이 두 번째"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만큼 요미우리 역대 용병이 약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성적이 좋으면 일본 토종 선수 못지 않게 존경을 받지만 반대라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없는 요미우리 특유 분위기가 존재하기에 요미우리 역대 용병 중 손꼽히는 기록을 남긴 이승엽이 빨리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
김 감독은 "김기태 코치가 요미우리에 있지만 1군이 아닌 2군에 있어 승엽이를 옆에서 봐줄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이승엽은 2005년 김 감독의 지도로 하루 1천번이나 스윙을 하며 몸을 단련했고 30홈런을 때리면서 요미우리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