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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장난기 넘치는 우주인 이소연의 '비밀'

"지구로 귀환한 뒤 가장 처음 먹을 음식이요? 그건 비밀이예요."

한국 우주 역사의 새 장을 열게 될 이소연(29) 씨는 발사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바이코누르기지 우주인호텔에서 한국 기자단과 회견하면서 조금은 긴장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시종 여유를 부렸다.

이 씨는 우주에서 돌아온 후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는 질문에 "엄마가 해주는 콩국수"라면서 하지만 귀환지점인 쿠스타나이는 초원지대여서 한국 음식을 먹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에 귀환 모듈의 뚜껑을 열어줄 담당자에게 일찌감치 먹고싶은 다른 메뉴를 주문해놓았다는 이 씨는 "메뉴 내용은 아직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애교스럽게 밝힌 '비밀'은 이것 만이 아니다. 가가린의 인류최초 우주비행을 기리는, 12일 우주인의 날에 이 씨는 우주정거장에서 동료들과 한국 음식을 함께 들며 노래를 불러줄 생각이라면서 "무슨 노래를 부를 지는 그때까진 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반입이 허용된 개인 소지품으로 "가족과 우주인 도전에 같이 했던 동료들, 즐겨듣던 노래 테이프, 로션 그리고 우주정거장(ISS)에서 도장을 찍어오기 위한 제 여권 복사본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요청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 등 가족이 함께 한 자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특히 "가족 못지 않게 힘들 때마다 힘을 준 가장 가까운 친구들 사진을 챙겼고 함께 올라가는 선장 볼코프와 엔지니어 코노넨코의 아들과 딸 사진을 러시아 우주인들 몰래 챙겨두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19일 오후 5시(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초원지대로 현재 ISS에 머물고 있는 미국 여성 우주인 페기 윗슨,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와 귀환하며 함께 올라간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선장과 올레크 비행엔지니어는 6개월이나 머문 뒤 지구로 귀환한다.

그러나 두 러시아 동료가 아이들 사진을 미처 챙기지 못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힌 그녀는 "그래서 제가 예전에 우연히 찍었던 이분들 아들 딸 디지털 사진을 급히 인화했고, 이 사실을 비밀로 했다가 제가 우주선에서 떠나올 때 그들에게 깜짝선물로 주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의 이 같은 장난기에서는 여성으로서의 섬세함과 남에 대한 배려심 만이 아니라 우주인에게 요구되는 강인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우주선 탑승 후 실제 발사 때까지 2시간30분을 갇혀 기다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게 될 것이냐는 물음에 이 씨는 "평안한 마음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게 내 임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주치의가 '나는 떨려 죽겠는데 넌 우리가 깨우러 올 때까지 세상 모르고 자냐'고 할 정도로 잘 자고 있다"며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 없다. 잘 먹고 잘 자면 된다"고 강조했다.

탑승우주인이 교체된 것과 관련해서도 "고 산(31) 씨가 못 가는 것 아니며 그 팀과 함께 다 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녀는 이어 "우주에 나 혼자 가는 것이 절대 아니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가는 것이며 7천만 동포의 눈을 어깨에 지고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생생하게 우주를 보고 그것을 전달할 테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부탁했다.

회견 중에 농담까지 하면서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던 이 씨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출장 잘 다녀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마음 준비 단단히 하고 기다리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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