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린 국무위원 임명문제는 역대 정권에서도 여야간 이견과 마찰을 빚어온 난제였다.
직선제가 부활된 지난 87년 이후 제6공화국부터 참여정부까지 4번의 정권 사례를 살펴보면 때로는 별탈 없이 첫 조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적도 있었지만 상당수 정권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제6공화국은 취임식 당일인 88년 2월25일 이현재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곧바로 내각 인사를 단행, 이튿날부터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상적 업무에 들어갔다. 당시 정부조직 개편은 없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취임식 당일인 93년 2월25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황인성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의결한 뒤 26일 22개 부처의 각료 인선을 단행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체육청소년부와 동력자원부 등 2개 부처를 줄이겠다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반대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표결을 던지고 총리 임명동의안 의결과정에는 불참하는 선에서 타협을 봐 극한대결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인수위 시절 전면 유보 방침을 정했다. 따라서 부처 개편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은 없었지만 당시 최대쟁점이던 '대북송금특검법' 처리문제가 내각 구성의 복병으로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특검법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고 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처리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결국 취임식 이튿날인 2월26일 사실상 단독 소집한 국회에서 특검법안을 처리했고, 같은 날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고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처리하면서 조각문제는 해소됐다.
노 대통령은 취임 3일째인 27일 고 총리의 제청을 받아 18개 부처에 대한 각료 인사를 단행했다.
역대 정권 가운데는 국민의 정부가 내각 구성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무위원 숫자를 21명에서 17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1998년 2월4일 국회에 제출돼 같은 달 17일 국회에서 의결될 때까지만 해도 정권출범은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엉켜버렸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2월20일 김 후보자의 도덕성, 5.16 가담전력, 경제 비전문성 등을 들어 당론으로 인준반대 입장을 정하는 바람에 여소야대 상황에서 표결을 강행할 경우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25일 취임식을 치렀지만 국무위원 제청권을 가진 총리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각료 인선을 하지 못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98년 3월3일 문민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고 건 당시 총리의 제청을 받는 고육지책을 짜내 17개 부처의 장관을 임명하고 김종필 총리서리 체제로 내각을 가동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총리 인준동의안은 그해 8월17일에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당선인의 경우 98년과 비교해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어려움은 비슷하거나 더하다는 평이다. 98년에는 정부조직법이 아닌 총리 임명동의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면, 이번에는 정부조직법 처리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의 경우 취임식 이전인 2월18일 내각 명단을 발표했기 때문에 국민의 정부(3월3일)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다. 이는 국민의 정부 때 없었던 인사청문회 제도가 2005년 7월 신설됨에 따라 이 절차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간 정부조직 개편협상의 타결이 지연되거나 자칫 인사청문회 자체가 불발될 경우 역대 정부 중 가장 늦은 3월20일 이후에나 내각이 구성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요청안이 제출된 지 20일 이내에 끝내도록 하고 있어 국회는 다음달 10일까지는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부득이한 사유로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끝내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장관 임명 시점은 최장 3월20일 이후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특정 정당의 인사청문회 불응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개최를 추가로 요청하지 않은 채 3월10일 직후 바로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