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의 국보 1호인 숭례문(남대문)이 방화로 소실된 사건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지난 10일 밤 숭례문 화재 발생부터 범인 검거에 이르기까지 화재 관련 뉴스를 빠짐없이 중요한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국보 1호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충격으로 망연자실하고 있는 한국민의 반응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과거 유사한 문화재 소실 사례 등을 들어 정부당국에 더욱 철저한 방재 대책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다.
유력지인 아사히(朝日)신문은 14일 '한국의 슬픔을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사설을 이례적으로 싣고 국보 1호를 잃은 한국민의 충격에 공감을 나타내면서 이웃 일본이 숭례문의 복구와 방재 대책에 공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이 목조건물의 복구 기술 등을 갖고 있어 지혜를 빌려줄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이웃 나라의 슬픔을 배려해 역사유산의 복구와 보호에 협력할 수 있다면 한일 양국간 거리를 좁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이처럼 한국의 숭례문 화재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는 숭례문이 우선 일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도 우리처럼 국보 등 중요 문화재 건물이 목조로 돼 있기 때문에 숭례문 화재를 '강건너 불'이 아닌 반면교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이번 숭례문 방화사건을 계기로 자국의 문화재 관리에 대한 기존의 방재 매뉴얼(지침)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지난 1950년 7월 3일 교토(京都)에 있는 국보인 '긴가쿠지(金閣寺)'가 젊은 승려의 방화로 전소된 바 있다.
이 사찰은 이번에 불탄 숭례문과 비슷한 14세기 말에 건조된 목조건물로 수많은 전란을 견뎌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1946년 1월 26일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목조 건물인 나라(柰良)현의 호류지(法隆寺)에서 화재가 발생, 귀중한 금당(金堂) 벽화가 소실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후 이날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하고 전국 사찰 등 문화재에서 해마다 강도높은 화재 방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전국 각지에 유명 사찰 등 목조 건물이 많은 만큼 화재 등 재해에 의한 문화재 훼손을 막기위해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다양한 문화재 보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재가 많은 천년 고도 교토시의 소방국 예방부에는 문화재계(係)가 설치돼 시민과 사찰이 연대해 문화재 보호에 나서고 있다.
나라에서는 경찰에 문화재 보안관을 두고 각지의 소방 당국과 협력해 문화재의 방범과 방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