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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왜 쿠르드 석유에 집착하나

한국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의 석유 탐사광구 확보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바지안 탐사광구의 생산물 분배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비록 정밀 평가나 시추, 경제성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탐사광구라는 한계는 있지만 14일 서울에서 한국 컨소시엄과 바르자니 쿠르드 정부 총리가 쿠르드 지역 4개 광구를 추가 개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쿠르드 자치정부의 일방적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계약파기를 요구하고 있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갈등 등 산적한 과제들이 있어 아직 대규모 유전 확보의'축배'를 들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석유보고 이라크 남부는 메이저가 독식

이라크는 1천15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세계 3위의 석유 부국이다.

장기간 전쟁과 정정불안 탓에 이라크 정부가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유전이 모두 78개에 이르나 현재 생산되고 있는 곳은 27곳에 불과할 정도로 추가 개발여지가 넓고 최근에는 매장량이 기존 추정치의 2배 가량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석유 매장의 상당부분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북부가 아니라 남부에 집중돼있다. 자치지역인 쿠르드의 석유 매장량은 이라크 전체 확인 매장량의 3%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이라크 유전 확보 노력은 지난해 확보한 바지안 광구와 이번 4개 추가 광구에 이르기까지 쿠르드 지역에 집중돼있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핵심 매장지인 남부지역에서 한국이 확보할만한 유전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남부 지역은 세계적 유전이 집중돼있는 곳으로 광구 분양이 본격화되면 이라크 전쟁 이후 국제정치 역학상 오래전부터 세계 석유시장을 장악해온 미국 등 선진국의 메이저 회사들이 '싹쓸이'할 공산이 크다.

국력의 차이도 있지만 그간 소규모 광구개발 경험밖에 없고 보유 유전에서의 하루 생산량이 5만 배럴 수준인 석유공사나 국내 기업들로서는 도전장을 내밀기에 기초 체력이 달린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이라크 남동부 할파야 광구개발에 나서기로 하고 이라크 측과 가서명까지 했으나 전쟁 등으로 유야무야 된 경험이 있으며 국제입찰이 다시 진행돼도 이 곳을 확보하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비해 처녀지인 쿠르드는 지질구조와 여타 조건상 매장 가능성이 높은 탐사광구가 상당수 있고 최대 100억 배럴 가량의 석유가 묻혀있다는 추정도 있다.

더구나 쿠르드 지역은 우리측 자이툰 부대의 주둔과 그간의 협력관계로 인해 아직 취약한 이라크 중앙정부보다 우리측의 접근이 용이하며 석유 메이저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장점이다.

◇ 아직은 MOU..분쟁 얽혀 '조심조심'

유전 확보가 급한 한국으로서는 쿠르드지역의 탐사광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외관상 성과와 달리,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지안 광구의 경우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매장량이 5억 배럴선으로 추정되는 이 광구개발 본계약을 한국 컨소시엄과 쿠르드 자치정부가 지난해 맺었으나 이라크 중앙정부가 "중앙정부 승인이 없이 이뤄진 사업"이라며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SK에너지에 원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앞으로의 계약만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는 쪽으로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 모든 것이 유동적이며 원유 공급 중단은 벌써 1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맺어진 쿠르드 지역 4개 광구개발 MOU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응과 바지안 광구 문제의 정리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에 양측이 체결한 협정은 말 그대로 양해각서(MOU)다. 우리측은 후속 실행계획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법적으로나 국제 관례상 구속력이 없다.

이로 인해 이번 MOU 성사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인수위원회도 당선인과 바르자니 쿠르드 총리와의 면담과 관련 내용을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 지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나 국내 자원개발 기업들로서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쿠르드지역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로서는 당장의 원유 공급도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미래의 안정적이고 규모가 큰 유전 확보를 고려할 때 쿠르드지역을 쉽게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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