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대중문화나 예술, 역사 등에서 영감을 얻던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제 '지구 온난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일 개막한 뉴욕 패션주간의 패션쇼 무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나 카란, 트레이시 리즈, 말로, 바들리 미치카, 피터 솜, 나넷 레포레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은 올 가을 신상품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두꺼운 스웨터나 모피가 아닌 레이스, 쉬폰 등 봄 시즌에나 등장할 법한 가벼운 소재의 옷들을 내놓았다.
또 날씨가 예상 외로 따뜻할 경우 옷 두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얇은 옷 여러 벌을 겹쳐입는 '레이어드 룩'도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변화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는 날씨 때문.
실제로 지난 2년간은 가을 날씨가 지나치게 따뜻해 9~10월에 두꺼운 옷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4계절용 의복' 개념이 확산돼 왔으며, 리즈 클레이본 등 일부 여성복 업체에서는 옷을 디자인할 때 기후학자의 조언을 구하는 등 날씨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말로의 디자이너인 토마소 아퀼라노도 "요즘은 옷을 디자인할 때 기후에 좀 더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계절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계절간 경계허물기'에 반대하는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의류 판매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의 고급백화점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SFA)의 마이클 핑크 여성복 담당 부사장은 "요즘 고객들은 날씨에 상당히 민감하다"면서 이번 뉴욕 패션주간에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