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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생계비 지급에 속 타는 태안 주민들

"피해 가구별로 생계비 신청을 하라는데 일 때문에 한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별도로 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고, 주민들중 '저 사람은 나보다 피해도 적은데 신청대상이 되고 나는 왜 대상이 안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아 난감합니다."

기름피해로 생계가 어려운 충남 태안군 등 특별재난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생계지원금 신청 접수를 맡은 소원면 모항1리 이장 정낙민씨는 25일 이렇게 고충을 토로한다.

정부의 긴급 생계지원금 300억원과 국민성금 158억원, 충남도 예비비 100억 원 등 모두 558억 원이 금주 초 충남도를 통해 각 시·군에 배분됐지만 복잡한 지원신청 기준과 까다로운 행정절차로 여전히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시.군별 신청기준 마련에 2~3일이 걸린 데다 군에서 내려온 지침서에 따라 사고 이전부터 주민등록이 돼 있는 주민 가운데 일정한 소득이 있는 주민 등을 제외하고 기름유출 피해로 생계가 어려운 경우 등의 기준에 맞춰 접수를 하다보니 배정된 자금은 금고에 묶여있는 가운데 한주일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각 마을의 이장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개발위원회에서 벌이고 있는 접수작업이 이번주내에 마무리될 지도 불투명하지만 선별작업이 마무리된다고 곧바로 생계비가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읍.면사무소가 이를 토대로 군에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한 뒤 군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지원대상자가 최종 선정돼 개인 계좌에 입금되는 복잡한 행정절차를 감안할 때 이달 말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관측이다.

태안읍 남문1리 이장 김용식씨는 "나흘간 집중적으로 신청받아 오늘 겨우 읍사무소에 신청을 마쳤다"면서 "군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접수를 받아 신청하긴 했지만 돈이 언제나 나올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실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자를 선별해 공평하게 지원하겠다는 군청 등 행정기관의 태도를 '무사안일한 행정'이라고 문제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을 단위의 지원신청 과정에서도 벌써 주민들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데 정작 돈이 지원되고 나면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액이 적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또다른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수해 등 자연재해의 경우는 보상기준이 이미 정해져 있어 피해 정도만 공무원들이 나서서 확인하면 곧바로 보상할 수 있지만 이번에 지급되는 돈은 생계비 성격이어서 주민 머릿수대로 총액을 나눠 지급할 수도 없고, 피해가 심한 지역만 골라 지급할 수도 없어 대상자 선별에 어려움이 있다"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서산시와 보령시, 당진군, 홍성군, 서천군 등 나머지 시·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을 표본조사해 가장 적게 지급받는 주민을 기준으로 생계비를 일괄지급하고 나중에 피해 규모를 파악해 차액을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별도 지침 없이 일선 시.군에 이 같은 `융통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결국 설 전에 생계비 지원이 이뤄질 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시가 급한 피해지역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태안군 천리포해수욕장 인근 주민은 "어차피 생계지원비가 몇푼 안된다지만 하루하루 생계비와 난방비를 걱정하는 형편이라서 그나마라도 빨리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태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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