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에버랜드 창고에서 '비자금 구매 의혹'의 대상이 될만한 미술품들을 일부 찾아냈지만 수량과 작품명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특검팀이 창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고자 했던 미술품들은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비자금을 이용해 구입했다"며 공개한 유명작가 미술품 구매목록에 있는 30여 점이다.
수사진으로서는 이 작품들이 비자금 조성 및 관리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만큼 창고 속 미술품 수천점 중에서 먼저 찾아야 할 대상이었던 것.
목록 속 작품들 중 최고가에 해당돼 그 행방에 큰 관심을 쏠렸던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90억 원)과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100억 원) 등 2점은 창고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특검팀 관계자는 23일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김 변호사가 목록을 공개한 작품들 중 이번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미술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의혹 대상'으로 추정되는 미술품을 일부 찾아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4일 윤정석 특검보는 기자들과 만나 "(목록 내 미술품이 창고에서 나온 작품들 중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 작업 중"이라며 고쳐 말했다.
특검팀이 압수수색 성과와 관련해 하루 사이 한발 물러서는 듯하게 입장이 바뀐 것은 미술품을 특정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목록 내 작품'과 '창고 속 작품'의 작가나 작품명이 일치하더라도 서로 다른 작품일 가능성이 있어 좀더 정밀한 확인작업을 거쳐야 '이 그림이 그 그림'이라고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변호사가 공개한 30점의 미술품 목록에는 제목과 작가 이름만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 있다.
일례로 이 목록에는 `무제'라는 이름의 작품이 4개 등장한다.
울(Wool)과 마르틴(Martin)의 '무제'가 각각 있고 주드(Judd)가 그린 '무제'가 2개 있다.
제목이 같지만 작가가 다른 작품, 제목과 작가가 모두 같은데도 그림의 내용이나 제작연도 등이 다른 작품들도 있기 때문에 특검팀으로서도 단순한 작품명-작가 대조작업만으로 `의혹 대상 미술품'이 창고 속에 있다고 확인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창고 속의 미술품 수천점 중 목록 내 작품들과 작가 및 제목 등이 일치하거나 유사한 것들을 먼저 골라낸 뒤 미술 전문가 등의 자문을 얻어 일일이 작품 내용 등을 대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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