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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립마을 주민 "쌀이 떨어져 가는데.."

최근 내린 폭설로 사방이 온통 눈천지를 이룬 백두대간 아래 마을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에 사는 김옥수(86) 할머니는 22일 허리까지 차는 눈길을 뚫고 찾아온 강릉경찰서 10여 명의 전의경과 강릉시 왕산면사무소 직원들을 보고 연신 손을 내밀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 씨가 사는 곳은 강릉시내에서 정선으로 가는 국도에서, 산골마을의 대명사이며 고랭지 채소와 감자로도 유명한 왕산면 대기리로 가는 지방도 415호로 들어선 뒤 다시 좁은 마을길을 따라 700m 정도 떨어져 산 아래에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 말 그대로 독가촌.

마을길은 급한대로 주민들이 트랙터로 밀어 길을 냈지만 마을길에서 60m 정도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김 씨 집은 전의경이 찾기 전까지는 발자국조차 나지 않은 상태였다.

쏟아지는 폭설에도 1시간 여 계속된 삽질에 김 씨 집은 3일만에 비로소 고립에서 벗어났고 마당의 맨흙이 드러나자 김씨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묻어났다.

이날 전의경이 찾아 길을 뚫기 전까지 김 씨의 집은 화장실 가는 길과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길어 오기 위해 겨우 만든 좁은 토끼길이 유일했고, 주변은 모두 허리까지 눈속에 묻혀 있었다.

이곳에는 이번 폭설이 내리기 며칠 전에도 30㎝가 넘는 눈이 쌓여 며칠 간 고립생활을 했던 곳으로, 김 씨는 눈의 무게에 집이 쓰러질까봐 대여섯개의 장대를 지붕에 받쳐 놓았다.

"자다가도 눈 무게 때문에 지붕이 어떻게 될까 근심이 많아 지붕에 나무를 받쳐 놨다"는 김 씨는 "쌀은 떨어져 가고...폭설에 수도는 눈속에 묻히고 혹한에 얼어 붙어 산에서 호스를 타고 내려 오는 물은 다행히 얼지 않아 받아 먹었다"며 지난 며칠 간의 고생을 털어 놨다.

현장을 찾았던 왕산면사무소 조옥현 계장은 "쌀과 약품 등 필요한 생필품을 오늘 중에 갖다 드려 불편함을 덜어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겨울이면 폭설을 피해 주민들이 대부분 강릉시내로 나가 사는 왕산면 안반데기 마을도 이날 오후 제설작업이 이뤄진 뒤 고립에서 벗어났다.

한편 이번 폭설로 태백, 삼척, 고성 등 3개 시군 5개 노선의 시내버스 운행이 이틀째 중단됐고 강릉, 동해, 정선 등 8개 시군 25개 노선의 시내버스가 단축 운행됐다.

이 때문에 이 구간의 시내버스를 이용해 온 산골 주민들은 이틀째 먼 길을 걸어서 이동하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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