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겨울 난방기구 따뜻하기만 하면 만사 'OK(?)'

전문가 "단열 설비에 내복입고 겨울 나세요"

주부 신모 씨는 요즘 유행하는 선풍기형 전기 난로에 대해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첫아이를 낳은 3년 전 겨울 신씨는 산후조리를 위해 시골인 친정 집에서 머물렀지만 난방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어서 웃풍이 심했지만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까닭에 실컷 난방 기구를 틀지 못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신 씨는 싼 값에 선풍기형 원적외선 히터를 구입했고 하루 평균 5~6시간 가량 사용했다.

신 씨가 친정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은 것은 산후조리를 끝내고 서울에 올라온 뒤의 일이었다.

어머니가 의아해하며 들려준 얘기는 평소 1달에 3만 원 내외였던 전기세가 갑자기 30만 원으로 10배 정도 늘었다는 것. 신 씨가 원인을 파악해보니 결국 난방 비용을 아끼려고 싼 값에 산 난로가 문제였다.

강추위가 매서운 요즘 전기 난방기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열풍기'라는 이름을 가진 선풍기형 전기난로의 가격은 최하 3만 원 선. 다른 난로에 비해 값이 꽤 저렴한데다 사용하기도 편리한 까닭에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전기료를 계산해보면 그다지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17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일부 절전형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전기 난로는 전열기구인 까닭에 소비 전력이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월등히 크다. 신 씨가 사용한 전기 난로의 소비전력도 시간당 1500W나 됐다.

신 씨의 경우 친정의 전기세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 것은 전기세가 누진제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하루 1~2시간만 사용했다면 전기세가 이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겠지만 신씨는 오랜 시간 꾸준히 전기난로를 사용했기때문에 전기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했던 전기난로가 실은 전기를 잡아먹는 기계와 다름 아니었던 셈이다.

전기난로를 비롯한 겨울철 전기 난방기구가 이처럼 숨은 천덕꾸러기인 것은 전력 소비량 때문만은 아니다.

전기 난방기구는 면역 계통과 호르몬 분비 등에 위해를 끼치는 전자파를 다량 발생시킨다.

2006년 발표된 김윤신 한양대(산업의학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기장판은 사람과 접해있을 때 평균 87.6mG(밀리 가우스)의 전자파를 발생한다.

정부가 설정해 놓은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833mG이지만 스위스나 네덜란드처럼 10mG로 위험치를 설정하는 나라도 있는 만큼 적은 방출량도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전자파는 특히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큰 피해를 미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동이 3∼4mG의 저농도에도 장기간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기도 했다.

전자파로 인한 피해는 제품과의 거리가 멀 수록 작아져 전기 난로처럼 거리를 두고 사용하는 제품은 상대적으로 전자파 방출량이 낮지만 전기 장판처럼 몸에 접촉해 이용하면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된다.

전자파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뇌암이나 백혈병, 림프종 등의 암의 원인이 되거나 기억력 감퇴, 학습능력의 저하, 수면장애, 두통 등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이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전자파가 차단되지 않는 전기장판의 경우 어깨가 쑤시거나 쉽게 피곤해 지는 식의 자각증상을 느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전기제품의 경우 아직 전자파 방출량 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은 상태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하는 제품이 어느 정도의 전자파를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도한 전기 요금 부담과 전자파의 위험을 피하면서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열설비를 강화하거나 실내에서도 옷을 잘 갖춰 입는 것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겨울을 춥지 않게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이기명 사무처장은 "난방기구를 사용하면 아무래도 화석연료 소비량이 늘어 결국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며 "단열 설비를 철저히 하거나 실내에서도 내복을 잘 갖춰 입는 게 에너지 절약과 따뜻한 겨울,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