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에 모처럼 2m 장대들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안산 신한은행 하은주(25.202㎝)와 구리 금호생명 강지숙(29.198㎝)으로 둘은 9일 구리시체육관에서 처음으로 누가 더 높은 지를 겨룬다.
둘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하은주가 2006년 8월 신한은행에 입단한 뒤 그 해 12월 강지숙이 심장 수술을 받아 함께 뛴 적은 없지만 같은 팀 소속이던 둘이 갈라선 것은 강지숙이 지난 해 5월 금호생명으로 트레이드 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올 시즌이 시작돼서는 하은주가 무릎 및 발목 부상으로 계속 뛰지 못하다가 4일 천안 국민은행 전에 처음 출전했고 시즌 두 번째 경기를 금호생명과 치르면서 국내 여자농구 최장신 1,2위간 맞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여자농구에서 2m에 근접해있는 국내 선수끼리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198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김영희(200㎝.당시 한국화장품)와 박찬숙(190㎝.당시 태평양화학) 라이벌 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하은주가 4일 국민은행 전에서 10분만 뛰었기 때문에 이날도 둘이 직접 맞부딪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모처럼 펼쳐지는 '국내파 장대'들의 대결이 팬들의 시선을 잡아 끌만 하다.
하은주는 우선 키가 강지숙보다 더 크고 전주원, 정선민 등 '특급 도우미'들의 지원 사격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그러나 경기 출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돌아왔을 지가 의문이다.
이에 맞서는 강지숙은 주특기인 중거리슛이 여전하고 지난 해 12월31일 신한은행과 경기에서는 3점슛도 두 차례 던지는 등 내외곽을 두루 겸비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금호생명의 전력이 객관적으로 신한은행에 뒤지기 때문에 주위의 도움은 하은주만큼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영주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국내 선수 가운데 하은주를 맡을 능력은 현재로서는 강지숙 밖에 없다"면서 "결국 자리 싸움인데 하은주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키가 더 큰 하은주가 유리하다. 그러나 하은주가 복귀전에서 투입됐을 때 오히려 신한은행의 흐름이 끊기는 것으로 보아 아직 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것 같은데 결국 그런 경기 감각을 얼마나 찾았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