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욕 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이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04년 9월에 50달러를 돌파한 이후 3년 4개월 만에 결국 100달러를 찍은 것입니다.
오늘 거래는 일단 99.62달러로 마감됐는데.. 역시 사상 최고칩니다.
또, 런던 시장의 브렌트유도 장중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유가 100달러 시대의 시작을 예고했습니다.
이 충격은 새해 처음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을 곧바로 강타하면서 뉴욕의 다우존스 지수는 220 포인트나 급락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시장 움직임이 반영되는 내일이면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넘게 됩니다.
1) 유가 급등 원인은?
한마디로 잠재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석유 수급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키스탄의 부토 전총리 암살로 중동 정세까지 크게 불안한데요.
여기에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도시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결정타였습니다.
특히 미국 경기의 둔화세가 속속 수치로 증명되면서 달러화 약세가 심해지자, 국제 투기자본이 원유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도 유가 급등의 배경입니다.
2) 100달러로 계속가나?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다시 조금 내려갈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 전망은 아주 안좋습니다.
일단 겨울이 지나가는 2,3월에는 석유 수요가 줄어들죠.
또, OPEC 산유국들도 세계 경기가 침체돼서 기름 값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증산을 통해서 가격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원유재고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일 정도로 세계적인 석유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젭니다.
특히, 중국.인도같은 신흥개발국가들의 원유 수입이 계속 눈덩이처럼 늘고 있어서, 향후 5년 안에는 유가 세자릿 수 시대가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3) 국내 경기. 무엇이 무서운가?
무엇보다 물가 상승이 큰 문젭니다.
국제유가가 90달러 정도로 1년 동안 지속되면, 소비자 물가는 0.45%가 오른다는게 한국은행의 분석인데요.
물가상승은 곧 소비침체를 부르기 때문에, 경기에는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책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을 수도 없기 때문에, 통화 당국도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4) 지금이 '오일쇼크' 인가?
지난 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유가가 1년만에 3배, 4배가 올랐습니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상승속도는 그나마 견딜 만하다는게 재정경제부의 분석인데요.
새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결정한 유류세 인하를 서둘러서 서민들의 소비심리 위축을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기업들 입장에서는 유가 100달러 시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워야하고요.
장기적으론 석유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대체 에너지 사용 비중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