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옥엽 같은 딸을 잃어버린 그날부터 크리스마스도 사라졌어요"
'하늘에는 평화, 땅에는 기쁨'인 크리스마스 날이면 온 거리마다 사람들로 떠들썩해지지만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이영숙(55.여)씨는 말문이 닫히고 슬픔에 애끊는다.
친구집에 다녀오겠다며 나선 외동딸(김혜진. 당시 7세)가 실종된 지 24년째 '살았는지 죽었는지'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이 씨가 눈에 넣어도 안 아까울 것 같은 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83년 크리스마스.
이 씨가 잠시 외출한 그날 오후 9시께 집에 돌아온 딸은 20여 분간 집앞을 지키다 잠겨있는 대문을 뒤로 하고 다시 친구집으로 돌아간다며 나갔다고 한다.
이 씨가 집에 돌아온 것은 딸이 다시 친구집에 간 지 10분 뒤.
그날 이후 '10분만 일찍 왔더라면' 하는 후회로 이 씨는 가슴을 치며 자책했고 4살짜리 아들을 이웃집에 맡겨두고 10여 년간 전단지를 들고 거리를 헤맸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전국을 누볐지요. 돌아다니다 보니 저 같은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혜진 양의 사진과 신상명세는 우유팩과 과자봉지, 고지서에도 실렸고 방송에도 몇 차례 방영됐지만 딸의 행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실종된 아이가 며칠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 씨는 딸이 혹시라도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전히 딸과 같이 살던 동네를 지키고 있다.
애교 많은 첫 딸을 누구보다 예뻐하던 남편은 끝내 딸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고 지난해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이 씨는 "딸을 잃고 얻은 화병이 원인"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다른 가족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즐겁겠지만 딸이 실종된 후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가 암울하고 괴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 31살이니 결혼해서 손자를 봤을 지도 모르겠네요"라며 "오히려 어른이 됐으니 어릴 적 사진을 알아보고 가족을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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