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을 뽑는 역사적인 선거가 2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과연 이번 대선에서 과반득표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직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한 사례는 2대∼7대, 13∼16대 선거 등 총 10차례. 이번 대선을 포함하면 총 11차례가 된다.
이중 4대 직선 당시 자유당 이승만 후보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조병옥 후보가 병사하는 바람에 이 후보가 단독출마해 유효투표의 100%를 얻어 당선된 기록이 있고, 군사정권 시절인 6대와 7대 대선 때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각각 51.4%, 53.2%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6.10항쟁'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투쟁을 거쳐 실질적인 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지난 1987년 13대 대선 이후 실시된 4차례 선거에서는 단 한 번도 과반 득표가 나오지 못했다.
대선별 당선자 득표율을 보면 ▲13대 민정당 노태우 후보 36.6%(유효투표수 2천260만3천411표 중 828만2천783표) ▲14대 민자당 김영삼 후보 42%(2천377만5천409표 중 997만7천332표) ▲15대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 40.3%(2천564만2천438표 중 1천32만6천275표) 등이다.
후보난립 속에 당선자의 득표율이 40% 안팎에 그쳤던 13-15대 대선과 달리 지난 16대 대선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양자구도로 치러 지면서 득표율이 50%에 근접했다. 노무현 후보가 전체 2천456만1천916표 가운데 1천201만4천277표를 얻어 48.9%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
이번 선거에서도 결국 대선 구도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과반득표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어렵게나마 후보 단일화를 이뤄 양자구도를 형성할 경우 과반득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않고 다자구도로 흐를 경우 과반득표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로선 다자구도 전망과 함께 과반득표 미달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 범여권 후보만 3명에 달하고 보수진영에서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표를 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보진영의 민주노동당 권영길, 중도보수 성향의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대선구도는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내년 18대 총선을 염두에 둔 각 계파의 복잡한 지분계산 속에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이미 결렬됐고, 이명박-이회창 후보간 단일화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어 끝까지 다자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지금의 지지율 추이를 감안한 선두권 주자 3인, 이명박-이회창-정동영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대략 40%, 20%, 20% 선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물론 범여권이 선거 막판에 전략적 정책연대 등을 통해 준(準)단일화를 시도하고, 이에 맞서 보수진영도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양자구도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과반득표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구도가 어떻게 짜이느냐가 과반득표 달성 여부의 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양자구도로 가면 과반득표가 가능하겠지만 다자구도시 표가 분산되면서 과반득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