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19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BBK 관련 의혹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의혹 해소에 주력했다.
검찰이 '김경준 구속' 이후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검찰에 출두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답변은 장외 해명의 성격을 띠었다.
BBK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와 만난 과정에서부터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의 투자 여부, 이면계약서 존재 여부, 주가조작 관련 여부 등 그동안 제기된 전반적인 의혹이 질문에 포함됐다.
그는 답변 과정에서 패널들이 '정직하라고 말씀하셨다는 어머님에게 한점 부끄러움이 없느냐', '특정종교를 믿는 신앙인인데 거기에 걸고 BBK의 소유주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고 사실상 어머니와 종교의 이름으로 '무죄'를 선언하라는 압박성 질문에 "어머니까지 나올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신앙인 이전에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종교의 이름을 대서 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법적으로 결과가 나온 것을 갖고 객관적으로 답변하는 게 가장 국민의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우회 답변했다.
◇김경준과의 만남 및 동업 추진 과정 = 그는 김 씨와 LKe뱅크 설립을 함께 추진한 경위에 대해서는 "신문.방송에서 (김 씨가) 뛰어난 금융인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인터넷 뱅킹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같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만난 시점은 2000년 초 쯤으로, 자신이 미국에 있을 때(98년 11월~99년 12월)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김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와 e뱅킹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그 후에 김 씨의 부모와 누나인 에리카 김이 자신을 찾아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에 대해서도 "여러 경로로 많은 분들과 같이 만났고, 에리카 김도 자기 동생 얘기를 했다. 부모도 얘기했고 해서 신뢰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후 자신과 김경준 씨와의 관계에 대해 일정한 '선'을 그었다.
"김 씨와 회사(LKe뱅크)를 만들려고 하다가 BBK가 문제되는 것을 보고 창립하려다가 중단했기 때문에 사업을 한 것도 아니다"는 설명이었다.
범여권이나 이회창 후보측에서 "독립적으로 한 유일한 사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공세를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BBK 실소유 의혹 = 이 후보는 지난 2000년 한 언론인터뷰에서 "BBK를 창업했다"는 식의 언급을 본인 스스로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발언이 보도된 같은 날 다른 일간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BBK를 창립해 갖고 있는 김경준 씨'라는 것을 설명했다"면서, 당시 BBK는 김 씨의 회사임을 밝혔음을 근거로 들었다.
과거 경선 당시 이 후보 캠프에서는 언론인터뷰 내용 자체가 오보라고 주장한 바 있어 이날 해명은 이 후보가 BBK와 LKe 뱅크의 성격을 놓고 혼선이 있었음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이미 (BBK는) 창립됐다. 김 씨가 외국에 가기 전에 분명히 자기 회사라는 것을 자필로 써서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BBK와 무관함을 애써 강조했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 BBK 유입 의혹 = 처남 김재정 씨와 큰 형 상은 씨가 소유하고 있던 도곡동 땅의 매각 대금이 김 씨와 이 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를 통해 BBK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상식 이하"라고 일축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말을 만들어 국민을 호도해 제가 마치 거기에 관련 있는 것 같이 만들려는 아주 계획적인 음모의 일환이다. 검찰 조사에서 아니라고 분명히 나왔기 때문에 여기에서 더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면계약서 의혹 = 우선 이 후보는 김 씨의 송환 이후 주목받고 있는 '이면계약서' 존재 여부와 관련, "그런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면계약서가 있어서 확실히 문제가 있다면 3년 반 동안 그렇게 귀국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귀국하는 그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 믿어야 할지 그 말에 의존하고 있는 후보들이 딱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면계약서' 존재와 관련한 범여권의 공세를 비판했다.
◇주가조작 의혹 등 = 이 후보는 "무슨 이유로, 무엇이 아쉬워서 주가조작에 가담했겠느냐"면서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으로) 5천여 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난 5년간 한 사람도 (나에게) 항의한 분이 없다"고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검찰의 자신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BBK 주가조작 문제에 대해 검찰이 조사해 보면 절 부를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에야 말로 대한민국 법의 양심이랄까 검찰의 양심을 믿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