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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화두·침묵·엄지…김경준의 소통법

파안대소에 가까운 웃음, 송환·조사와 관련된 심상치 않은 발언, 하루간의 침묵 끝에 내보인 엄지손가락...

올해 대선 정국의 중대 변수로 떠오른 옵셔널벤처스 주가조가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가 국내로 신병이 인도된 이후 사흘 간 취재진에게 보여준 행동들이다.
 
체포 후 구속 상태로 이어진 김 씨가 언론에 노출되는 시간이라곤 검찰청사를 드나드는 몇초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이런 행동들은 자신의 심경과 계획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정치권 등에서는 김 씨가 매일 매일 보여주는 `찰나의 소통법'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송환 첫날인 16일 저녁 김 씨는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면서 30여m가량 장사진을 친 취재진을 보고는 "와우(Wow)"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뒤 이따금씩 크게 웃었다.

중형을 면치 못할 혐의를 받고 있으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려는 김 씨의 태도는 어찌보면 '조사 결과가 어찌 나올 지 두고 보자'는 식의 대범함으로까지 비쳐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피의자 신분인데도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들어온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논평이 나왔다.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 모임에서는 "5천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장본인이 사과 없이 웃으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울분과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김 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던진 몇마디 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송환 첫날 "일부러 이 때 들어온 게 아니다. 민사소송이 끝나서 왔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자료를 갖고 온 게 있다"고 말하는 등 연달아 화두를 던진 것.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송환을 자청한 게 아니라는 뜻과 기존 수사내용을 반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로 각각 읽히는 김 씨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은 격렬히 반응했다.

한나라당은 "김 씨가 아직도 민사재판 4건이 계류 중인데 첫날부터 국제사기꾼답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기획송환설'을 부인한 셈인데 오히려 더 믿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김 씨의 언행을 맹비난했다.

또 김 씨가 갖고 왔다는 자료는 조작된 자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한나라당은 '거짓말'이라고 했는데 김 씨가 두가지 중요한 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뒤 귀국한 것은 사실"이라며 "'조작된 자료'라고 말하는 한나라당은 천리안이라도 갖고 있느냐"며 맞섰다.

김 씨가 연일 보여주던 소통행위를 잠시 중단한 것은 스스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18일이다.

이날 김 씨가 검찰청에 나오면서 카메라를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데 대해 '검찰의 치밀한 수사를 겪자 자포자기한 게 아니냐', '구속되더라도 더 큰 노림수가 있다는 뜻이다' 등 다양한 해석이 돌았다.

구속이 결정되던 18일 밤, 김 씨는 어느 정도 예견된대로 다소 지친듯한 모습으로 아무 말 없이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가 계호장구에 묶인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나름대로 '사정 변경'을 기대했던 한국에서마저 수감되는 신세가 됐으면서도 긍정적 신호인 엄지손가락을 애써 내보인 점에 대해서도 '구속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감이 있는 척 하는 것이다' 등 각종 해석이 일고 있다.

김 씨가 언제까지 이런 소통법을 유지할 것인지, 그가 '찰나의 언행'에 담은 기대와 수사 결과는 어떤 상관관계로 매듭지어질 지 궁금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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