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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슴' 한은, 고액권 인물 한없는 눈치보기

'자라보고 놀란 가슴'.

고액권 도안선정 작업을 진행중인 한국은행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화폐발행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한은이 고액권 도안선정 작업을 소신껏 추진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면서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은과 관계당국에 따르면 한은은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이달말께 10만원·5만원 두권종의 초상인물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4명의 후보군만 추려냈을 뿐 아직 최종 2명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4명의 후보는 김구, 신사임당, 장영실, 안창호로 알려져 있지만 한은은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이 4명의 후보 가운데 누가 고액권 초상인물이 될지에 대해 한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압축된 후보들이 모두 막상막하여서 현 상황에서는 누가 뽑히고 누가 탈락할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재경부와 협의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은은 화폐발행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고액권 도안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재경부의 최종 재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은의 소신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초상인물 선정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여러차례 회의도 거치고 별도의 전문가그룹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일반인 여론조사, 인터넷 의견수렴 등의 절차까지 진행해온 한은이 자체적으로 초상인물을 확정짓지 못한 채 4명의 후보를 놓고 정부의 낙점을 기다리는 것에 대해 '소신없는 행보'라는 비판이 없지 않다.

최적의 후보를 정한 뒤 충분한 배경설명을 통해 정부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복수 후보를 놓고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모양새가 썩 좋아 보지 않는다는게 한은 주변의 평이다.

여기에다 한은은 초상인물 확정 발표 후 보조소재를 선정하는 작업도 국민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해 지나친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안선정 과정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보조소재 선정까지 국민투표 형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한은은 8월초 초상인물 후보로 10명을 압축한 후 자체 홈페이지에 2주간 여론수렴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접수했으나 한은의 의도와 달리 여론수렴 게시판이 특정집단의 세몰이 마당으로 전락,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보조소재까지도 국민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한 것은 도안 확정후 쏟아질 수도 있는 비난을 모면하고자 안전판을 마련해두려는 포석으로 여겨진다.

올해초 1만원,1천원 새 지폐 발행후 도안소재에 대한 고증이 미흡했다는 비판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은이 고액권 도안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여론수렴의 절차를 대폭 강화했으나 여론을 너무 의식하다보니 소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불러오는 형국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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