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15일 선출된 정동영 후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 그의 앞에는 격렬한 경선 과정에서 누적된 각 후보진영간 앙금을 치유하고 사분오열된 당을 추스르면서,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범여권 장외주자인 문국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협상이라는 또 다른 빅매치를 준비해야 하는 험로가 예고돼 있다.
제1당 대선후보로서 당내 원심력을 최소화하고 구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또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이명박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해 낼 수 있을지 여부는 그 자신의 운명은 물론, 범여권 진영의 대선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통합 정신으로 모든 정파 포용" = 정 후보는 무엇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측 인사들을 껴앉는 포용정책으로 당의 화학적 재결합을 시도, 경쟁진영 일부 인사들의 제3지대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상처를 보듬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 스스로 "대통합 정신인 포용과 화해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면서 "승리한다면 대통합 정신에 따라 당내 모든 정파를 무한 포용, 무한 배려할 것이며 상대 후보를 지원했다고 해서 차별, 배제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이제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적전분열하다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힘 한번 못쓰고 주저 앉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실제로 당내에는 '반정' 연대 분위기가 퍼져 있는데다 정 후보 당선시 일부 의원들의 '문국현 신당'행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자칫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 정몽준 후보쪽으로 이동했던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 후보 캠프는 16일 해단식을 갖고 기존 선대위를 해체할 예정이다.
당분간 과도기 형태의 대선기획단 체제를 가동하면서 손, 이 양측에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하는 한편 양 캠프 인사와 중진 등을 적재적소에 포진시키는 '탕평인사'를 통해 통합형 선대위를 새롭게 꾸린다는 구상이다.
당 안팎의 유능한 인사에게 길을 터준다는 차원에서 기존 선대위의 일부 멤버는 전면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15일 열린 캠프 회의에서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현장에서 일하자", "기득권을 포기하자", "손, 이측 인사들을 일대일로 접촉하며 단합에 나서면서 당 안팎의 역량 있는 인사의 영입에 주력하자"는 의견이 상당수 개진됐다.
이와 함께 당헌·당규상 대선 후보에게 넘기도록 돼 있는 당무통할권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경선 과정에서 '당권거래설' 등으로 다소 서먹서먹해진 중진과 당 지도부를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해 나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측은 중진들이 당 수습방안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재 공석으로 남아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와 관련해서도 상대 진영 끌어안기 측면이 어느 정도 고려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후보 확정이 조기에 이뤄진 한나라당과 달리 우리는 시간이 없다"며 "1~2주 안에 당을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후보 진영의 불법.동원 선거 공방이 임계점을 넘은 만큼 물리적 화합 수준을 넘어선 화학적 융합은 기대하기 힘든 게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후보 단일화 =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구도 구축이라는 절대 명제를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점에서 시기,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 후보도 "후보가 되면 제1과제로 10월내에 민주당 박상천 대표, 문국현 후보를 만나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대통합을 100% 완성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단일화 원칙으로는 ▲차별없는 성장, 한반도 평화 등 노선을 중심으로 하고 ▲ 국민의사에 따르겠으며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3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 후보가 먼저 두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는 형태로 이니셔티브를 쥐어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단일화의 상대인 민주당이 후보단일화 시기를 11월 하순으로 늦추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다 다음달 4일 중앙당 창당을 추진중인 문국현 후보도 단일화 착수 시점으로 11월 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곧바로 단일화 주체들이 테이블에 앉게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캠프 내부에서도 "단일화는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일단은 지지율 제고를 통해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게 먼저"라며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이다.
캠프 한 인사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 당시 두 후보 지지율이 20% 초반대에서 각축을 벌였던 점을 거론, "후보단일화라는게 서로 지지율이 비슷할 때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아직은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며 "성급히 나서면 오히려 상대후보의 가치만 부각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그랜드 비전'을 통해 이명박 후보와의 대립각을 부각, 지지도를 20~30%대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는 한편, 다각도의 물밑접촉으로 단일화를 위한 주변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전략을 병행해 궁극적으로 정 후보 중심의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내는데 방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일화가 통합협상에 맞먹는 정파간 합의를 요구하는 만큼,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몸이 가벼운 문 후보와의 협상에 우선순위가 두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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