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사회,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살기 참 불편한 곳이라고들 합니다. 오른손잡이 세상에서 왼손잡이도 그러한데 하물며 장애가 있는 발에 맞는 구두 구하기인들 쉽겠습니까. 오늘 테마기획에선 장애인 구두만 만드는 속깊은 구두장인을 만나봅니다.
조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남궁정부씨의 구두가게에 오늘은 아침부터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발모양을 따라 그려보고, 석고로 발본을 뜨는 것도 모자라 기계로 발바닥 모양까지 점검하는 이곳은 바로 발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구두가게'입니다.
[남궁씨 : 이쪽으로만 힘이 가거든.뼈가 이렇게 붙었기때문에.]
열 두살때부터 53동안 구두를 만들어 온 남궁정부씨는 지난 95년, 장애인 구두 만들기에 뛰어들었습니다.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난 뒤, 발이 불편한 사람들이 마땅히 신을 구두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부터입니다.
[남궁 정 부 / 구두가게 운영: 내가 평생 배운 게 구두인데, 조금만 보충해주면 저 양반들도 편안해지지 않을까.]
시행착오를 겪고 의학서적을 뒤지기를 몇 년, 불편한 발에 잘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구두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남궁씨 : 더울 테니까 구멍을 좀 내고.]
장인에게 제일 소중한 오른손을 잃었지만, 본을 뜨고 재단을 하는 것은 본인이 직접 챙깁니다.
[남궁씨 : 각도를 잘 맞춰줘야 손님이 편하니까. 거기에 신경을 다 쓰니까 힘든 건 모르죠. 힘들다고 생각하면 이거 못하죠.]
지금까지 남궁씨네 구두가게를 다녀간 장애인이 5천여명,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30만원 정도인 신발값도 받지 않습니다.
[제영근/장애인: 그 전에는 양화점에 가서 돈을 많이 주고 여러번 맞춰도 걸을 수 없는 지경이었거든요.]
보다 많은 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언젠가 장애인 쉼터를 세우고 싶다는 남궁정부씨는 자신의 구두가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남궁씨: 서로 고맙죠. 우리는 같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서로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아픔을 다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신발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