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일 일본 지바(千葉)현 지바시에서 열리는 제38회 도쿄식품박람회를 계기로 한국 농식품의 대일 수출 정체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대책이 제기됐다.
한국의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80억780만달러로 2011년보다 4.1% 증가했지만 일본 수출액은 23억8천950만 달러로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일 농식품 수출액은 일본 내 한류 붐을 타고 2010년에는 19.2%, 2011년에는 26.1% 증가했지만, 작년에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일본 수출액은 전체 농식품 수출액 중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은 일본 내 먹거리 한류의 정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김재수 aT 사장은 5일 박람회장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 대일 수출이 기대한 것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며 "원인으로는 일본의 경기 침체도 있고, 소비자 선호도와 관련된 여러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T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로 일본 유통업체들이 한국 농식품 판촉 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며 한일관계 악화가 먹거리 한류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aT가 도쿄식품박람회장에서 일본 바이어들이 한국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 식문화 홍보관(K-Food Cafe)을 운영한 것이나 5일 박람회장 부근 호텔에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리테일 경영진 등 주요 바이어 300명을 초청해 리셉션을 연 것은 이같은 진단에 따른 것이다.
즉 일본 유통업체의 실무자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권자들 사이에서 한국 농식품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유통업체 관계자는 한일관계 악화가 일본 내 먹거리 한류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온리테일의 무라이 쇼헤이(村井正平) 회장은 5일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일본) 전국에서 운영 중인 종합매장 450곳과 슈퍼마켓 1천곳 중에서 그 문제(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시마네현에서 일시적으로 한국 화장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뿐 그 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며 "한국 식품은 (일본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고 단언했다.
중소 슈퍼마켓의 공동 출자회사인 시지시 재팬(C.G.C. Japan)의 호리우치 아쓰히로(堀內淳弘) 사장도 연합뉴스 기자에게 "일본 소비자들은 정치 문제와 한국 김치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원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도쿄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한국식품을 판매하는 '서울시장'의 고바야시 요이치(小林洋一) 전무이사는 "한국 농식품 매출은 작년 초부터 25% 정도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2010년과 2011년 뜨겁게 달아오른 한국 농식품 수요가 지난해 내내 조정기를 거쳤다는 의미다.
'조정기론'과 '한일관계 악화 영향론'은 양쪽 다 일리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농식품의 일본 수출액을 월별로 분석해보면 4∼6월에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2%, 많게는 11%씩 줄었다는 걸 알 수 있다. 7월에 8.1% 증가로 돌아섰다가 8, 9월에는 다시 6.2%와 8.6% 각각 감소했다.
즉 한류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급증했던 한국 농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4월부터 주춤했고, 8월 이후 한일 갈등이 다시 한번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일본 바이어는 한국이 일본 시장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라이 회장은 "일본 시장의 최대 관심은 여성, 건강, 개식(個食·1인 식사)"이라며 "이는 (한국 농식품의) 큰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