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내표남피' - 임은정과 기획사정 의혹 수사팀의 차이
...해당하지만, 기획사정 의혹 수사팀과 관련된 일들은 '피의사실 공표'로 의심될 만한 일인 것인지, 아니면 피의사실 공표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오히려 임은정 검사의 행위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기획사정 의혹 수사팀만 추궁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하나씩 비교해보겠습니다. 임은정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 관련 규정을 위반했나? 임은정 검사의 행위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감찰부 입장문'이라는 형식으로 자신이 감찰 및 수사에 관여했던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 것입니다. 피의사실 공표란 수사기관 종사자가 기소가 이뤄지기 전의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내용이나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대검 감찰부가 재소자나 검찰 관계자들을 조사한 사실 등을 임은정 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의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행위입니다. 이에 대해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행위가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에서 허용하고 있는 피의사실의 '예외적 공개'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규정상 허용되는 정당한 피의사실 공표였다는 뜻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페이스북 글에서 임은정 검사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요 사건에 대한 오보가 이어져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오보 대응을 위해 감찰부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 담벼락에 소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임은정 검사 주장의 취지처럼 피의사실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조건이 규정에 명시돼 있긴 합니다. 규정 제9조 1항의 1호에서는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검찰청법] 제46조에 따라 수사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검찰수사서기관 등 수사업무 종사자(이하 '수사업무 종사자'라 한다)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등의 오보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하여 신속하게 그 진상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할 경우' '공소제기 전이라도 제2항 내지 제4항이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라고 허용하고 있습니다. 임은정 검사는 '오보 대응'을 위해 감찰 또는 수사 내용을 공개한 것이니 규정 상 허용되는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셈입니다. 하지만 설사 임은정 검사의 주장처럼 임 검사의 행위가 관련 규정에서 허용하고 있는 '예외적 공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임 검사의 행위는 여전히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예외적으로 피의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경우라도, 이를 공개하는 일은 해당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전문공보관(대검의 경우에는 대변인)이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에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규정 13조 1항, 14조) 전문공보관의 허가를 받을 경우에는 사건 담당 검사가 언론에 직접 관련 사실을 알릴 수는 있지만, 임은정 검사는 페이스북에 대검 감찰부 명의의 입장문 등을 올리는 과정에서 전문공보관인 대검 대변인의 허락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감찰 및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직접 페이스북에 올린 임은정 검사의 행위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 관련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각 조문을 근거로 한 임은정 검사의 행위에 대한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분석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취재파일 하단에 링크한 블로그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박범계 장관이 지목한 기사…피의사실 공표 의심? 반면 박범계 장관 등이 특정해서 문제 삼은 것은 임은정 검사의 경우처럼 규정을 명시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아니라, 피의사실 공표의 정황이 의심되는 언론 보도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박 장관이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4월 6일 아침에 [동아일보]에 보도된 '[단독]檢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 靑보고과정' 조사'라는 기사가 문제가 됐습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019년 김학의 사건에 대한 재조사했던 검사가 관련자를 면담해 작성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보고서에 있는 허위내용을 언론에 알려 사건을 이슈화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기획사정 의혹입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이날 기획사정 의혹 수사팀이 2019년 당시 재조사되고 있던 김학의 사건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에 요청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박범계 장관이 이 보도와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유출) 정황이 있다며 문제 삼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검찰이 법무부와 행안부, 경찰청 등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팀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에 수사팀의 누군가가 기자에게 피의사실을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기사 내용 중에 '검찰은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왜곡된 것으로 보고, 누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상당 부분이 왜곡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검찰 판단이 기사에 반영된 것 역시 피의사실이 유출되었다는 정황 아니냐는 것입니다. 해당 보도의 취재원이 누구인지 제3자 입장에서 단정해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박범계 장관이 의심하는 대로 검찰 관계자를 상대로 취재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가 검찰 관계자를 취재한 내용에 바탕을 두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보도하는 것 자체는 정당한 일이기도 합니다. 반면 기사의 내용만 놓고 보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검찰 측이 아니라 자료 제출 요청을 받은 법무부나 행안부 또는 경찰청 관계자를 상대로도 취재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왜곡된 것으로 검찰이 보고 있다.'라는 대목은 검찰의 입장을 보도한 것이긴 하지만, 취재원을 밝히지 않아서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 사실에 바탕을 둔 기자의 추정인지 아니면 검찰 관계자로부터 직접 입장을 취재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보도는 피의사실 공표 정황을 의심해볼 수 있는 자료일지는 몰라도, 임은정 검사의 페이스북 글처럼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 위반의 명확한 근거로 보이는 자료는 아닌 것입니다. 한명숙 모해 위증 의혹에 대한 '흘리기'는 없었나? 일각에서는 설사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임은정 검사의 행위는 공개적으로 한 것이고, 김학의 관련 보도는 특정 언론에 검찰 수사팀이 은밀하게 '흘리기'한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이니 진상조사의 필요성이 더욱 큰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합니다. 공개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이는 행위고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흘리기'한 정황이 있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은 행위라는 점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해봅시다. 하지만 문제는 임은정 검사가 관여했던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사건의 경우에도 기획사정 의혹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 이상으로 피의사실 '흘리기' 정황이 의심되는 보도들도 있었지만 법무부가 한 번도 문제를 삼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임은정 검사가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2월 24일에 [경향신문]은 ''한명숙 뇌물 사건'…임은정 손에 운명 바뀔까'라는 기사를 보도합니다. 이 기사에는 임은정 검사에게 수사권이 생긴 후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가 설명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김씨를 기소할 만큼 수사는 성숙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사건 담당인 대검 감찰3과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을 거치며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아는데,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한이 생기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한명숙 전 총리를 모해하기 위해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씨 기소로 공소시효를 중단시켜 시간을 벌고 (김 씨에게 위증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해 보강조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보도와 마찬가지로 [경향신문] 보도의 취재원이 임은정 검사를 비롯한 수사팀 관계자였는지...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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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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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1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