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쇼] 천현우 "연애·결혼할 기회조차 없는 지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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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가까이 되는 빚을 지게 됐었는데요. 그럼 어쩔 수 없잖아요. 공장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막노동을 병행했는데 조경 노가다를 하게 됐어요, 소개를 받아서. ▷김태현 : 막노동. ▶천현우 : 조경 막노동을 하게 됐는데 H빔을 처음에 세워서 용접을 하는 걸 봤거든요. 그런데 용접을 처음 하게 되면 사람들이 막 불꽃이 튀니까 무섭잖아요. 이렇게 피하게 되는데 그 용접면을 딱 쓰고 보면 잔불은 안 보이고 앞에 반딧불이 같은 것만 싹 움직이면서 딱 용접면을 떼면 자국이 이렇게 싹 남아 있는데 멋지더라고요. 이거다. 나의 인생직업이다, 이게. 그때부터. ▷김태현 : 처음에 딱 했는데 좋으셨구나. ▶천현우 : 네, 딱 봐도 너무 좋은 거예요. 해 보자, 이거. ▷김태현 : 그럼 장점을 거기서 많이 발견하셨으니까 하셨을 거고 하면서 단점 같은 건 없어요? ▶천현우 : 용접은 장점은 그런데 제 결과물, 제가 제 실력을 바로 그냥 눈앞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럼으로써 뿌듯함이 있고 단점은 뭐냐 하면 돈 되는 용접, 돈 안 되는 용접이 따로 있어요, 사실. ▷김태현 : 그래요? ▶천현우 : 용접이 하는 것마다 천차만별이라서 저희는 보통 건설현장에서 전기용접하는 것만 보는데 육상에서 하는 쇼트용접이라는 것도 있고 그다음에 티그용접이라고 배관 용접하는데 주로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게 단가가 다 달라요. 문제는 비싼 용접들은 지금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더 많아서 텃세도 좀 있고 배우기도 어렵고 그런 것들이 있어요. ▷김태현 : 그렇구나. 창원에서 일하시잖아요, 통합창원시. ▶천현우 : 거기서 일했었죠. ▷김태현 : 지방 근무현장은 어떻습니까? ▶천현우 : 지방 현장이 사실은 엄청 열악하죠. 그런데 지방의 근무환경이라고 이렇게 딱 퉁치기보다는 공장노동이 처한 근본적 문제라고 봐요. ▷김태현 : 그건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마찬가지다? ▶천현우 : 그렇게 열악하다고 우리가 맨날 노동계에서 얘기하는 쿠팡이랑 배달의 민족 있지 않습니까? 배달하는 것. 그런 플랫폼 노동이 사실은 공장노동보다 낫습니다. 시간에 그래도 어느 정도 자율권이 있고 그리고 수익도 내가 어떻게 내보려고 하면 내볼 수 있고. 그래서 직업,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임금사다리가 어느 정도는 만들어져 있는데 저희는 그냥 최저임금에서 뱅뱅뱅 돌아요. 그렇기 때문에 공장노동이 원래 힘들어도 실력만큼 받아 갈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게 깨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열악합니다. ▷김태현 : 그 얘기는 택배노동자 과로 얘기들 많이 하잖아요, 사실은 언론에서. 과로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그래도 택배노동자분들은 만약 배달을 많이 하면 그래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지방의 공장에서 일하시는 현장의 근로자분들은 그것도 안 된다? ▶천현우 : 그렇죠. ▷김태현 : 내가 정말 열심히 더 하루에 잠도 안 자고 하루 24시간 풀로 일을 해도 소득을 많이 낼 수가 없다? ▶천현우 : 200만 원이 통곡의 벽이라고 제가 부르는데요. 8시간 해서 200만 원을 넘기기가 굉장히 힘들고 52시간을 주야로 교대를 해서 하면 300만 원 정도 받아갈 수 있어요. 그게 맥시멈입니다. 거기서 더 못 올라갑니다. ▷김태현 : 그건 왜 그런 거죠? ▶천현우 : 임금이 최저임금에서 돌고 그리고. ▷김태현 : 시간당 임금체계 자체가. ▶천현우 : 그렇죠. 그리고 기업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줄 여력이 사실 있는 업체들도 많이 없어졌고요. 그리고 원청에서 많이 내려주지도 않고요. 그런 거죠. ▷김태현 : 알겠습니다. 임금을 많이 줄 수 있는 회사도 없어졌다는 얘기는 간혹 언론에서 지방 제조업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 이런 표현들 많이 쓰는데 그런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천현우 : 그렇죠. 사실 결국은 우리나라의 사업체들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작은 곳들이 보통 대기업에 목구멍이 포도청처럼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건데 대기업에서 그러면 계속 경쟁 붙이고 그러다 보면 점점점 단가 내려가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대기업 빼고는 다 죽는 거죠. 지금 그 상황인 거죠, 대체로. ▷김태현 : 알겠습니다. 지방에 사시는 청년의 삶에 대한 글도 쓰셨던데요, 보니까. 지방청년들은 결혼하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쓰셨거든요. ▶천현우 : 그게 사실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여기서 잠깐 말씀을 드리자면 지역청년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 저 같은 지역청년들. 특히나 공장노동자들은 이성 만날 기회 자체가 사실 없습니다, 아예. 아예 없기 때문에 연애를 시작해 보지 못해요. 그럼 이성을 어떻게 대해야 될지 모르는 채로 나이를 먹어요. 제가 서울 올라와서 진짜 고생했거든요. 왜냐하면 화이트칼라 잡을 하는데 여성들이 절반이 넘어요. 어떻게 대해야 될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군대 10년 복무하다가 갑자기 나온 거예요, 얘가 사회로.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거예요. 그 상태로 있으면 옷 입는 것, 머리 다듬는 것. 이런 기본적인 꾸밈조차도 안 하게 되고 그럼 사귈 기회가 와도 잡을 수도 없겠죠. 그러면 연애부터 어려운데 결혼이 힘든 건 당연하죠. 그래서 제가 되묻고 싶어요. 결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죠, 제가? ▷김태현 : 이 글을 쓰시다가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하셨잖아요. ▶천현우 : 네. ▷김태현 : 누구로부터 어떤 유의 비판받으신 거예요? ▶천현우 : 서울 수도권에서 사는 분들이, 거주하는 분들이 젠더의식이 부족하다는 거였는데 사실은 저희 지방청년들은 그 삶이 익숙해요. 남성, 여성 분업모델. 왜냐하면 남성들이 원래 12시간을 일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설명해야겠네요. 남녀가 8시간, 8시간 공평하게 일하는 것보다 남자 1명이 몰아서 12시간 일하면 잔업수당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이게 차라리 이익이고 여성은 육아를 분담하는 이 모델이 있었습니다. 중공업 모델이 있었는데 이 모델이 해체가 됐어요. 서울권에서는 아예 어림도 없는 얘기죠, 다 맞벌이하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것에 너무 익숙해서 이런 체계가 있고 우리는 이 사고 안에서 아직 갇혀서 사고하고 있는데 사실 안 돌아가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이것밖에 아직 기다릴 수... 이런 체계밖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 가족 이외에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의미였어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지방에도 개인주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얘기도 쓰셨던데 이건 어떤 의미예요? ▶천현우 : 개인주의의 바람이라고 하는 게 아까 전에 이어서 말씀드리면 자기 삶이 되게 단조로울수록 사실은 가족이라는 목표가 중요해지잖아요. 내가 가족이라도 있어야 뭐가 삶이 목표가 생기고 뭔가 해 주고 싶은 게 생기고 이러는데 가족주의가 촌스럽고 낡았다의 문제를 떠나서 물리적으로 그냥 해체가 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해체가 되고 있고 가족의 대가 끊겼는데 가족주의가 존속할 수가 없겠죠. 그러면 가족밖에 비빌 수 없는 사람들이 억지로 개인주의로 내몰리는 겁니다. ▷김태현 : 지방을 청년들이 많이 떠나고 있다. 이런 얘기는 사실은 언론에서도 많이 오래전부터 보도가 됐던 거고 지금은 다 고령자들만 있다, 지방에 가보면. 청년들은 없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지 않습니까?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 거예요? ▶천현우 : 결국은 사실 일자리 문제죠. 일자리 외에 나머지는 저는 좀 자잘한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소신 발언입니다. 그런데 일자리 종류가 일단 없고요. 일자리 종류가 없을뿐더러 예전에는 제조업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나마. 제조업이 그런데 수도권 언저리로 갑니다. 송도, 용인, 평택 이런 쪽으로 가지 이제 지방으로, 군산으로 내려 보내지 않고 거제로 내려 보내지 않습니다. 그러면 지방에 남은 대부분 일자리들도 그나마 경력이 다 숙련을 쳐줘서 임금을 좀 줄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 임금을 지불할 여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럼 종류도 적고 버는 액수도 적은데 그나마 좀 주는 곳들은 이미 많거나 그런데 여기서 있으면 커리어를 손해 봐요, 임금은 적게 주는데. 합리적으로 봤을 때는 떠날 수밖에 없는 거죠. ▷김태현 : 12년간 창원에서 제조업 현장에 있으셨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지금은 어디 계시는 거예요? ▶천현우 : 제가 지금은 잠깐 서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지금은 용접 일 안 하시고요? ▶천현우 : 용접 일을 지금 안 하고 있고 지금 소설 계약이 있어서 소설 집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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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