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찐리뷰] "군용기 추락, 장병 53명 전원 사망"…무리한 전두환 경호가 부른 참사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 연예 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9일 방송된 '수상한 비밀작전:C-123기 추락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표예진, 최원영, 그룹 하이라이트 손동운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한라산에 추락한 군용기 때는 1982년 2월 5일, 제주도 한라산의 어리목 관리소. 창 밖을 바라보는 12년차 베테랑 청원 경찰 양송남 씨의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이야. 며칠째 계속 거센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며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 때, 제주도청 직원한테 전화가 왔어. 다음날 새벽에 청와대 경호 팀이 한라산을 등반할 거니 양씨한테 안내를 하래. 앙씨는 한라산 지리에 능통한 사람이라 종종 이런 일이 있었어. 앙씨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 그런데 걱정이야. 이렇게 눈이 쌓였는데 무슨 등산을 한다고. 양씨는 그날 밤 저녁을 먹자마자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 내일 새벽부터 산행을 해야하니까. 그런데 밤 11시쯤 되니까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려. 도청, 경찰, 군부대 등 각종 기관에서 돌아가면서 앙씨한테 확인 전화를 하는 거야. 양씨는 '윗분들 오신다고 엄청 신경 쓰는구나'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잠을 설치던 양씨는 새벽 3시에 약속 장소로 나갔어. 캄캄한 어둠 속 저 멀리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어. 경찰 트럭이었어. 누군가 뒤에 타라고 해서 뒤 칸에 올랐는데, 어째 분위기가 무거워. &'캄캄해서 누군지 밤에 확인 못하니까 일단 탔어요. 타서 보니까 군인도 몇 사람 있었고 경찰관도 몇 사람 있었고. 차가 한참을 달렸어요. 속으로는 '이거 어디 가나?' 싶었죠. 어디 간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고. 서로 대화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양송남, 당시 한라산 국립공원 청원경찰 트럭은 30분쯤 달리더니 멈췄어. 양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깜짝 놀랐어. 한라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도착지는 웬 초등학교 운동장이야. 게다가 운동장에는 군인들이 가득해. 얼핏 봐도 100명은 넘어보여. 양씨가 얼떨떨하며 서 있는데, 장교 한 사람이 다가와 한라산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았어. 장교의 부름에 양씨가 앞으로 나섰어. 그랬더니 그 장교는 앙씨를 학교 강당으로 데려갔어. 장교는 커다란 제주도 지도를 보여주며 양씨한테 한라산 등반 코스를 알려달라 했어. 양씨는 열심히 알려주면서도, 유난이라 생각했어. 청와대 경호실에서 온다고 군인들까지 이렇게 나설 일인가 싶었지. 등반 코스 브리핑을 마치고, 다같이 곧장 한라산으로 향했어.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코스별로 병력이 흩어지기 시작해. 양씨는 50여명의 군인들과 지휘관인 최 소령과 함께 움직이게 됐어. 이들이 향한 곳은 관음사 코스야. 한라산 북쪽에서 시작해 정상 쪽으로 올라가는 꽤 난코스야. 양씨 일행이 등반로 입구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어. 정작 같이 등반한다고 했던 청와대 직원들이 안 온 거야. 그런데 갑자기 군인들이 서둘러 산을 오르기 시작해. 앙씨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여전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야. 양씨는 군인들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 그런데 누군가 양씨를 향해 인사하며 다가와. 앙씨가 이틀 전 산에서 만난, 대학 산악부 학생들이야. 엊그제 양씨가 숙직할 때 같이 밤을 지새우며 안면을 튼 사이라, 반가워서 인사를 한 거야.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 소령이 갑자기 양씨를 불러. 그러더니 뜻밖의 부탁을 해. &''저 분들한테 하나 부탁을 해주십시오' 하더라고. 무슨 부탁이냐고 하니까, '올라가다가 비행기 기체 조각이라든지 추락한 물체를 보면 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해달라는 거예요. 그 때 처음, '아 사고났구나' 인지했어요.&' -양송남, 당시 한라산 국립공원 청원경찰 한라산에 비행기가 추락했고 군인들은 사고 현장을 찾으려고 수색을 한 거야. 애초에 청와대 경호 팀 등반 때문이 아니었던 거지. 양씨는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됐어. 왜 그렇게 쉴새 없이 전화가 왔고, 왜 그렇게 급하게 산에 올랐는지, 그리고 표정들은 왜 하나같이 어두웠는지. 어젯밤에 관련 뉴스 하나 없었는데 대체 무슨 비행기가 추락한 건지 궁금했지만, 여전히 물어볼 상황이 아니야. 추락한 비행기를 얼른 찾아야 하니까 다들 땀을 뻘뻘 흐리면서 산에 올라. 그런데 좀처럼 등반에 속도가 안나. 온 산이 눈으로 덮여 있었거든. 걷다 보니 발이 눈에 푹푹 빠져. 게다가 군인들은 산악 장비도 없어. 눈 덮인 가시덤불숲을 헤치고 다닌 지 7시간이 지났고, 해는 이미 중천에 떴어. 바로 그때, 탐라계곡 근처에서 비행기 기체를 발견했다는 무전이 왔어. 양씨는 앞장 서서 탐라계곡으로 향했어. 꼬박 3시간을 거의 뛰다시피 해서 탐라계곡 근처에 도착했는데, 눈 앞 광경이 평소와 달랐어. 원래 같으면 탐라계곡 주변에 적송이 빽빽하게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안 보여. 가까이 가보니, 그 커다란 나무 기둥이 줄줄이 다 꺾여 있는 거야. 비행기가 날개로 나무를 자르면서 추락한 거야. 나무들이 잘린 방향으로 따라갔어. 서서히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게 보여. 그리고 마침내 음푹 파인 골짜기 아래쪽에 구겨진 비행기가 눈에 들어와. 비행기는 뒤집혀 바퀴는 하늘을 향하고 있고 동체는 종잇장처럼 구겨졌어. 양쪽 날개와 프로펠러는 산산조각이 났어. 그런데 비행기가 뭔가 이상해. 평소 보던 비행기랑 색깔이 달라. 일반 여객기는 흰색인데, 이건 국방색이야. 맞아, 추락한 비행기는 군용기인거야. 이게 사고 기종 C-123이야. 미국에서 개발한 수송기인데 월남전에 많이 사용됐어. 우리 군에서는 장비, 물자수송, 병력 이동을 하는데 주로 쓰였어. 사고 수송기가 추락한 지점은 바로 여기, 한라산 중턱 해발 1,060m 개미목 부근. 동 탐라계곡과 서 탐라계곡 사이 좁은 골짜기에 떨어졌어. 아마도 이 군용기는 한라산 북쪽 어딘가를 날다가 능선에 충돌한 후 적송들을 자르면서 이 곳으로 추락한 거 같아. 일단 생존자 탐색이 우선이야. 양씨는 부서진 기체 주변으로 다가갔어. 하얀 눈 사이로 뭔가가 보여. &'보니까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폭발을 여러 차례 했어요. 폭발해서 시신이, 밖으로 튀어나온 시신이 있었고, 뼈 이런 부분들이 까맣게 그을려 있고 타 있고. 너무 비참하게 훼손이 되다 보니까. 가슴에 명찰 하나 있는 시신이 가장 온전한 시신이었고, 그 나머지는 다 갈기갈기 조각이 나 있어. 나도 그런 상황은, 다시 볼 수 없지만, 정말. 기가 막히더라고.&' -양송남, 당시 한라산 국립공원 청원경찰 양씨는 이 참혹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어. 잔해와 시신을 수습하라고 최 소령이 지시를 했어. 그런데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멍하니 자리에 서있기만 해.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은 동고동락하던 전우들이었거든. 충격이 얼마나 컸겠어. 지휘관이 다시 한 번 불호령을 내리니까, 그제야 하나 둘 기체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 저곳을 다 뒤져보는데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었어. 탑승했던 군인 53명, 전원이 사망했어. 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철수를 시작해. 양씨도 내려갈 채비를 하는데, 최 소령이 불러세워. 그리고 이런 말을 해. &'이 현장을 본 민간인은 선생님 밖에 없습니다. 이 사고는 절대로 죽을 때까지 누구 앞에 말씀하면 안 되니까 혼자 무덤까지 가져가야 합니다&'라고. 최 소령은 양씨한테 왜 비밀을 지키라고 했을까? 그리고 C-123기는 왜 제주도 한라산에서 추락한 걸까? ▲ 사고 현장을 찍은 사진기자 양씨가 산에서 내려오던 그 시각, 한 남자가 한라산을 오르고 있어. 걸음이 엄청 빨라. 거의 산악구보 수준이야.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는 이 남자, 어깨에 카메라를 매고 있어. 이름 서재철, 당시 나이 35세, 제주신문의 사진기자야. 서 기자는 군용기 추락 현장을 찾고 있었어. 서 기자는 이 사고를 어떻게 알았을까? 서 기자한테 촉이 온 건 하루 전이었어. 저녁에 퇴근 준비를 하는데, 속보를 전하는 텔레타이프 기계에서 긴급 뉴스 타전 때만 울리는 땡땡땡땡 소리가 들렸어. 기자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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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0 |
방송/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