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장수' 주미대사의 조언 "北 비핵화에 소극적 인상 줘선 안 돼"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도 한·미, 한·미·일 동맹의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했죠. 그 와중에 한·일 간 역사 문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 제가 주미대사로 있었던 2013년~2017년 동안 역사 문제 중 '위안부'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어요. 근데 미국이 사실은 '위안부' 문제에 관한한 한국의 입장을 굉장히 지지해왔습니다. 제가 2013년 주미대사로 부임해서 제일 먼저 낸시 펠로시 당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나러 갔거든요. 그때 펠로시 의원이 제게 미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 통과 시 자기가 한 역할을 얘기했어요.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요. 그리고 2014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그 후 4월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을 했고, 그 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자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뭐라고 답변을 했느냐 하면요. '이것은 끔찍한 인권 침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전시 상황이라 해도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단어들이 얼마나 강한 단어들입니까?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 아베 수상도 알 것이다. 일본 국민들도 알 것이다. 이런 문제 해결하기 위해선 사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첫걸음이라는 것을'이라고 했습니다. 아베 수상을 거론하면서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입장이 낸시 펠로시 의원과 오바마 대통령에게만 해당됐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모든 조야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미국을 보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텐데요. 그중 하나가 어떤 원칙, 일반적인 가치를 대단히 중시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가 어떻게 미국 사람들한테 위안부 문제를 설명했느냐 하면요. 이건 '한일 간 역사 문제'이기도 하지만, '전시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라고 미국 사람들 협의에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보기엔 '이건 일본이 풀고 가야 할 문제'라는 분명한 의식이 있었던 거죠. 대통령이 됐건, 하원 원내대표가 됐건 말이죠. 그리고 제가 하원 외교위원장, 군사위원장도 자주 만났는데, 그분들도 똑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는 다른 역사적 문제들이 있죠. 일본이 그런 역사 문제를 취급하는 걸 잘 보시면 일관되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게 국제법의 일반 원칙에 위배되는 거라고 하고 있죠. 아베 총리가 됐건, 정부가 됐건 '국제법 일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을 두고 '국제법을 안 지키는 나라'라고 하고 있는데요. 제가 볼 때 상당히 미국을 의식한 그런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의미를 캐치해서 역습을 해야지, 빌미를 주면 안 됩니다. 국제법을 벗어나거나 그런 빌미를 주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국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느냐? 그때 제가 대사입니다. 자신있게 말씀드리는데 그런 압력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일본에 압력을 넣었습니다. 그것보다 얼마든지 많은 예가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느냐. 일반 원칙이 뒤에 있었으니, 우리 입장이 더 강해질 수 있었거든요. 역사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일반 원칙을 우리 뒤에 둬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일본에 대해서도 떳떳한 입장을 낼 수 있고, 미국에도 떳떳한 입장을 낼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가 역사 문제에 대해서 명심해야 될 건 또 있습니다. 제가 국회 가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꼭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일 간 역사 문제에 있어선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한·일 간에는 그것 말고도 다른 문제들이 있다. 한·일 간 가치를 같이하고, 전략적 목표 같이 하는 협력은 그 협력대로 가야 한다' 이겁니다. 두 사안을 같이 추진해야지, 어느 하나만 해선 안 됩니다. 그런 종합적 시각을 갖고 일반 원칙에 기초해서 대응해 나간다면, 이 문제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 '캠벨, 설리번, 블링컨, 셔먼 모두 '동맹파'…동맹 신뢰 저해하는 불필요한 말 삼가야' Q. 주미대사 시절에 다양한 분들을 폭넓게 만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인선을 보면 반가운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커트 캠벨이나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 등과 깊은 연이 있으신가요? 그분들 인선에 대한 평가와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제언도 궁급합니다. A. 제가 오바마 대통령 임기 4년을 워싱턴에 있는 동안에는, 커트 캠벨, 제이크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은 현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현직만큼 활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시아그룹이라는 컨설팅펌에 참여하면서, 다 오바마 팀으로 친했으니까요. 그분들 모두 자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배우자 분들도 자주 만났습니다. 커트 캠벨 베우자는 제가 처음 봤을 때 미 재무부 국제금융차관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으로 G-20 셰르파를 할 때입니다. 그래서 그 부인을 미 재무부 국제금융차관에서부터 만났습니다. 제가 워싱턴 갔을 때 그분은 연방준비은행 이사가 됐죠. 토니 블링컨 부인은 국무부 차관보를 한 분입니다. 미국의 ECL 부서는 우리한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하는 부서, 그 담당 차관보였습니다. 그분도 제가 잘 알았습니다. 웬디 셔먼의 남편은 저명한 언론인입니다. 저는 당시 웬디 셔먼보다 그 남편을 먼저 만났어요. 제가 워싱턴에 부임했을 때 언론인은 관두고, 다른 회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어요. 제이크 설리번은 당시 미혼이었고요. 물론 4명 본인들과 일로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4명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기 분야에서 이미 검증되고 또 검증된 전문가 분들이라는 겁니다. 둘째, 동맹을 대단히 중시하는 분들이라는 거고요. 셋째, 아시아에 대해 대단한 조예가 있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커트 캠벨은 아시아담당차관보했던 분이거든요. 누구보다도 아시아를 잘 아는 분이죠. 그분은 국무부에서 물러나서 컨설팅 펌을 운영했는데 그 펌 이름이 아시아그룹이에요. 웬디 셔먼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때 북한담당조정관을 했고 한국에도 자주 왔습니다. 그래서 그분도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를 대단히 잘 아는 사람이고요. 토니 블링컨은 당시 부장관이었습니다. 2015년 2월에, 그도 부장관이 되자마자 처음 온 게 한국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토니 블링컨 부장관을 만나서 '한국에 제일 먼저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솔직히 왜 한국에 먼저 갔느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블링컨 부장관이 '그건 굉장히 쉬운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내 '올드 보스'(오바마 대통령)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국무부에 가면 아시아를 굉장히 잘 챙겨야 한다고. 그리고 내가 국무부에 왔더니, 내 '뉴 보스'(존 케리 장관)가 아시아를 잘 챙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당연히 아시아를 가야지, 그리고 아시아에서 한국부터 가야지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부장관은 한국에 굉장히 자주 왔습니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라는 자리는 굉장히 바쁜 자리인데도 한국에 자주 왔어요. 그 정도로 그 분야에 있어서 1인자로 알려진 분들이고 동맹을 대단히 중시한 분들입니다. 아시아 잘 아는 분들이고. 이런 분들한테는 정공법으로 나가야죠. '아 이걸 적당히 하면 넘어가려나' 이런 게 통할 수가 없겠죠. 솔직하게, 그리고 신뢰에 기초해서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해야죠. 우리가 동맹의 신뢰를 활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신뢰를 보여줘야겠죠. Q. 그에 상응하는 신뢰,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나요? A. 첫째, 히포크라테스 선서입니다. 저는 해보지 않았지 않았지만, 의사가 처음에 환자를 볼 때, 뭘 개선할까 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어떤 걸 잘못해서 상황을 나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겁니다. 'Do no harm', 바로 신뢰를 증진하는 방법은 이 '두 노 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얘기 들어보면 동맹의 신뢰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얘기를 많이...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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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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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