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집에 꼭꼭 숨어 괴물 된 정유정…사회는 책임 없나?
5년 동안 직업 없이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 생활하던 20대가 또래의 명문대생을 살해한 사건. 정유정 사건이 충격파를 몰고 왔는데요, 취업난이나 청년 고립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도 숨어 있습니다. 20대 청년이 괴물처럼 됐는데, 우리 사회는 책임이 없을까요? 입 연 정유정 &'제정신 아니었다&' 정유정은 검찰로 넘어갔는데요, 경찰을 나가면서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몇 마디의 말을 했습니다. 이 가운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말의 의미가 모호한데요, 이 답변 나오기 전 질문은 &'살해 후에 여러 차례 집을 오가셨는데 혹시 이유가 있었을까요?&',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습니까?&'였습니다. 하지만 질문과 답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으니까 범행이나 범행 은폐 시도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인지, 질문과 상관없이 범행을 사죄하는 의미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 기자: 피해자를 왜 살해하셨습니까? ▷ 기자: 피해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특정한 이유가 뭔가요? ▶ 정유정: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 기자: 살인 충동은 혹시 언제부터 느끼신 걸까요? ▷ 기자: 피해자나 유가족께 할 말 없습니까? ▶ 정유정: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기자: 살해 후에 여러 차례 집을 오가셨는데 혹시 이유가 있었을까요? ▷ 기자: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습니까? ▶ 정유정: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기자:혹시 범행 전에도 이런 식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신 적 있었을까요? ▷ 기자: 범행 수법은 어디에서 배웠습니까? ▷ 기자: 오랫동안 구직 활동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 앱도 오랫동안 이용하신 건가요? ▷ 기자: 지금 신상 공개가 됐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유정: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경찰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범행 과정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정유정은 지난달 한 과외 앱에서 중학생 학부모인 것처럼 또래의 명문대 학생(A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딸의 과외를 부탁한다. 딸을 집으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약속을 잡은 뒤 중학생인 것처럼 교복까지 사 입고 A 씨의 집에 들어가 살인범으로 돌변했습니다. A 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일부를 낙동강변에 유기했습니다. 정유정을 태웠던 택시기사가 혈흔이 묻은 가방을 숲 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신고하면서 정유정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유정은 처음에는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범행 동기를 털어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취업 준비 경찰은 정유정이 사회적 유대 관계도 없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집 밖으로 외출하는 일이 드물었고, 집에선 범죄 관련 소설과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대전화 이용 내역을 봐도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상 없었다고 합니다. MBC와 채널A의 이웃 주민 인터뷰를 보면 정유정은 이웃 주민과 마주치는 일이 많지 않았고 마주쳐도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집 안에 들어가서 보니까‥ 조금 내성적인지 한 번 왔다 갔다 하면 (방에) 들어가 버리고‥&' (MBC 보도) &'(집에) 손녀가 있는 것은 아는데 대화를 안 하니까 잘 몰라요. 한두 번 봤나. 인사는 제가 볼 땐 잘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채널A 보도) 정유정은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간 별다른 직업 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시험이다.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었다. 독서실, 도서관 이런 데 공부하는 과정에 있었다”며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안 그래도 조용한 성격인데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였던 셈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자체가 범죄도 아니고 모두 범죄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절된 채 범죄 세계에 빠지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손수호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사회와 단절돼서 범죄물에 빠져 지내면서 자신만의 상상으로, 상상 속에서는 수천 번 수만 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에서든 현실에서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유정이 상상을 현실에서 저지르기로 마음먹고 행동에 옮긴 결정적 계기'와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된 계기'를 밝혀내는 게 수사기관의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데요,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겪었습니다. 단카이 세대라는 베이비 부머의 사회진출시기와 취업빙하시기가 겹치면서 '히키코모리'가 큰 사회 문제가 된 거죠. 히키코모리는 인터넷 게임 중독 등의 고립된 생활에 빠지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는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전국 단위의 실태 파악도 안 돼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만 최근 대규모 조사를 내놓았는데요, 서울에 세상과 담쌓고 사는 청년이 13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 문제를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SBS 뉴스
|
2023.06.02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