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멘터리]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탑건:매버릭'
...퓨 굿 맨, 파 앤드 어웨이, 미션 임파서블, 제리 맥과이어, 아이즈 와이드 셧, 매그놀리아,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명감독들의 작품성 있는 영화와 흥행작이 적절히 안배돼있다. (물론 최근에는 블록버스터 배우로 많이 활약한다) 우리 시대 최후의 진짜 무비 스타 톰 크루즈는 '최후의 무비 스타'이다. 현재 전 세계 박스오피스는 CG로 무장한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지배한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여전히 리얼 액션을 고집한다. 톰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크리스토퍼 놀란, 제임스 카메론 감독처럼 할리우드에 몇 안 남은 '극장영화주의자'들처럼 영화라는 개념에 극장을 포함시킨다. 톰 크루즈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탑건:매버릭&'은 코로나로 할리우드 최장 기록인 23개월 동안 개봉을 미뤘지만, 톰은 극장 개봉을 기다리며 스트리밍 서비스에 영화를 넘기지 않았다. 과거에 관객들은 스타 배우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갔다. 극장에 같이 가자고 하면 &'누가 나오는데?&'라는 게 당연한 첫 질문이었다. 아놀드 슈월츠제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은 그 이름 자체가 장르였다. 이제는 그런 '글로벌 무비 스타'가 사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모든 연령층의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스타 배우는 이제 톰 크루즈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뉴욕타임즈는 '드웨인 존슨, 톰 홀랜드, 젠다이야, 라이언 레이놀즈, 크리스 프랫 등은 엄청나게 성공적이지만 특정 프랜차이즈 영화 또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묶여있거나 전 세대에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는 배우보다 '캐릭터'가 중요하다면서, 스파이더맨은 3명의 배우가, 배트맨은 6명의 배우가 거쳤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그 영화들을 보러 갔다고 설명했다. &'누가 (마스크를 쓰고) 타이츠를 입는가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일까?&'라고 물었다. 반면, 나는 톰 크루즈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션 임파서블 7&'을 보러 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영화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것 주변 사람들이 &'탑건&' 속편 어떠냐고 종종 묻는다. 그러면 나는 주로 이렇게 답한다. &''탑건:매버릭'이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너무 재밌어서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말하지도 않겠다 (사람들마다 취향은 다르니까) 하지만 이 영화가 아날로그 항공액션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에 있는 영화인 것만큼 '팩트'다. 앞으로 이런 영화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톰 크루즈의 나이를 생각할 때, 톰이 다시 이 정도 규모의 실제 미군 '전략 자산'을 동원해 영화를 찍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 게다가 &'탑건&' 1편의 제작자이자 톰 크루즈와 함께 속편의 공동 프로듀서인 제리 브룩하이머도 이제 나이가 거의 80에 가깝다. 할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 제작자인 제리는 &'블랙호크다운&', &'아마겟돈&', &'진주만&' 같은 영화를 통해 미 국방부와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 톰 크루즈는 &'탑건:매버릭&'을 위해 마일즈 텔러나 글렌 포웰 등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훈련 프로그램까지 직접 짜가며 CG가 아닌 실제 전폭기 탑승 촬영을 독려했다. 배우들은 넉달 간의 훈련을 통해 중력가속도(G포스)에 적응하는가 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중탈출 훈련까지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영.화.와. 비.행.에. 진.심.인. 톰 크루즈가 아니면 실현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저 단순히 미군이 전투기를 제공하고 유명 배우와 제작자를 데려다 놓는다고 해서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탑건&', 그리고 미 국방부와 할리우드 &'탑건:매버릭&'에는 엄청난 건조비와 유지비로 오로지 미국 만이 유지 가능하다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시어도어 루즈벨트호가 등장하고, 탑건팀이 운용하는 주력기로는 미 해군의 전폭기 F/A-18 슈퍼호넷이 나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톰 크루즈는 애초에는 F/A-18을 직접 몰게 해달라고 했다는데 미 해군은 대당 900억 원에 이르는(&'탑건:매버릭&' 제작비의 거의 절반) 이 전폭기의 조종은 허가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톰 크루즈도 다른 배우들처럼 슈퍼호넷 복좌기(좌석이 앞뒤로 두 개)에 탑승해 영화를 찍었다. 배우들이 탄 뒷좌석에는 IMAX급 화면비를 충족시킬 6대의 카메라가 달려있었고, 그 운용은 배우들이 직접 했다. 전폭기의 비행은 실제 미 해군의 탑건 조종사들이 맡았다. 영화를 보면 정말 CG 수준의 저고도 비행과 곡예 비행에 가까워 보이는 항공 전투씬들이 나와 미 해군 비행대의 전투능력을 과시한다. 맞다, &'탑건:매버릭&'은 미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다. 미 국방부와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1986년 전 세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탑건&' 1편 직후 미 해군의 지원자는 5배나 늘었다. &'탑건&' 시리즈는 미군의 프로페셔널리즘과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꿈과 용기, 도전의 스토리텔링에 실어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전파한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지는 '왜 할리우드가 미군의 최고 조력자인가'라는 기사를 썼다. 이에 따르면 펜타곤은 할리우드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일 년에 약 130개의 '영군(영화-군사)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국방부 뿐 아니라 미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가 모두 LA에 사무소가 있다. 미 국방부 할리우드 지국장인 글렌 로버츠 예비역 공군 중령은 미국의 한 군사 관련 팟캐스트에 나와 말했다. &'우리의 임무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에서 미군의 신뢰성과 이미지를 보여주고 보호하는 겁니다.&' 국방부의 협력과 지원을 받고 싶으면 제작사는 사전에 대본 전체를 제출해야 하고 국방부가 요청하는 어떤 수정도 받아들여야 한다. 미 국방부는 그저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것일 뿐 스토리에 관련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미 국방부 기준에서 볼 때 민감한 정보, 미국 법과 정부 정책, 기본적 인권 등에 반하는 내용은 수용되지 않는다.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플래툰(1986)&'과 &'7월 4일생(1989)&'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명장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두 영화에 대한 국방부의 협력을 수차례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플래툰&'은 약물남용, 인종주의, 미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등을 다뤘고 톰 크루즈가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영화 &'7월 4일생&'은 참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올리버 스톤은 펜타곤과 할리우드 간의 관계를 다룬 &'전쟁 극장(Theatres of War)&'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펜타곤은 영화에 정확성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그 반대였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올리버 스톤은 &'탑건&' 1편을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펜타곤과 할리우드와 인연은 역사가 깊다. 1929년 제1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은 &'윙스&'(Wings)란 영화인데 제목에서 보듯이 1차 세계대전 중 미 공군의 활약을 그렸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1920년대에 저 정도의 촬영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실감 나는 항공 전투 액션이 펼쳐지는데, 이 영화 역시 미 공군의 지원을 받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의 제작사 역시 &'탑건&'과 같은 파라마운트사라는 점이다. 이 글은 이런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탑건&'을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관객이 영화 배후에 있는 이런 사실도 이해하면서, 영화에서 취할 것을 취하고 영화와 현실을 혼동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로서 충분히 즐겼으면 한다. &'탑건&'은 이 시대에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영화다. &'탑건:매버릭&'에서도 톰 형은 어김없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전력으로 질주한다. 곧 개봉할 &'미션 임파서블7: 데드 레코닝&'에서도 톰 형은 분명히 그럴 것이다. 나도 달려야겠다. 제독 (에드 해리스) 삼십 년 넘는 군 복무, 참전 메달, 무공 훈장들. 지난 40년 동안 석 대의 적기를 격추시킨 유일한 조종사. 그러나 자네는 진급도 못하고, 전역도 하지 않고. 미친 듯이 전투기를 몰고도 살아남았어. 매버릭, 자네는 지금쯤은 적어도 별 두 개를 달았어야 해. 그런데 이게 뭔가, 겨우 대령이라니. 이유가 뭔가? 매버릭 (톰 크루즈) 제독님, 그게 저도 의문입니다. 제독 이제 끝내야 할 때야, 매버릭 대령. (드론이 득세하면) 파일럿은 곧 사라질거야. 매버릭 그럴지도 모르죠. 제독님.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영화 &'탑건:매버릭&' 중)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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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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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6 |
생활 ·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