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찐리뷰] 소 천 마리 몰고 北에 갔던 현대 정주영 회장…우리가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
...들어가는 문은 남한이지만, 나오는 문은 북한인 곳이야. 정 회장은 걸음을 떼기 시작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절대로 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금지된 그 선을, 드디어 넘었어. &'우리 고향 쪽을 가니까, 반갑습니다.&' 그럼 소떼 차량은 어떻게 이동했을까? 소떼 트럭은, 철사슬과 말뚝으로 막혀 있던 길이 활짝 열렸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갔어. 차례차례 북으로 소떼 트럭이 넘어갔어. 운전사들은 북한 기사들에게 차 운전법을 알려주고, 걸어서 다시 남쪽 지역으로 돌아왔어. &'확실히 모르겠는데. 제가 긴장하고 간 탓인지 그런지 모르겠는데. 생각하기로는 그래요. 사실상 소를 가지고 안전하게, 멀리까지 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시 트럭 운전기사 마지막 바통은, 대한적십자사가 물려받았어. 북으로 가는 모든 지원물자는 적십자사 이름으로 기증이 돼. &'기증된 물품은 적십자 마크가 붙어요. 우리 전문가들이 전부 동행을 했었고 거기까지. 그리고 중간중간에 소들의 건강체크를 계속했죠. 쓰러진 소는 없었나, 체크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병은 없는지… 심하면 결례죠.&' -박병대, 당시 대한 적십자사 인도 단장 그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소떼 방북 이벤트는 마무리됐어. 그럼 북한에 간 회장님은 뭘 했을까? 공연도 보고, 금강산 관광도 하고. 그리고 고향집에 가서 친척들도 만났대.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야. 그러던 어느 날, 회장님이 북한에서 사라졌어. 그것도 밤에. &'고향방문 그다음 날, 통천으로 다시 가서 거기서 주무신다고. 다른 사람들은 금강산 숙소에 남아있었고, 회장님만 거기로 가신 거죠. 고향에 대한 애틋한 감정의 표현입니다.&' -우시언, 당시 종합기획실 팀장 어릴 때 아버지와 같이 자던 그 고향으로 간 거야. 그날 밤, 정주영 회장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룻밤이지만, 다시 그 어린 소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을 거야. ▲ 금강산 관광도 가능했지만… 북에서의 일정은 총 7박 8일. 정 회장은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으로 돌아왔어. 회장님의 모습은 어땠을까? 갈 때보다 더 밝아. 왜냐, 엄청난 선물을 들고 왔거든. 이 합의서를 봐. &'6월 22일부로 합의한 금강산지구 관광개발사업과 관련하여 금강산개발 추진 위원회를 내오고 희망하는 대내외의 모든 개인 또는 단체들이 여기에 참가하도록 한다. 본 위원회 의원장직은 정주영 회장이 맡으며 본 위원회 밑에 연락협의회를 두고 수시로 협의하면서 본 사업을 운영 추진하기로 한다. -1998년 6월 22일&' 금강산 관광의 물꼬가 터진 거야. 그런데, 이런 성과가 1주일 만에 가능했을까? 사실은, 9년 전인 1989년, 일본 나리타 공항을 통해 정주영 회장은 기업인 최초로 이미 북한을 방문했었어. &'이번에 제가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금강산 개발 문제, 그리고 경제 교류 문제, 이것을 서로 진지하게 의논해 볼 생각입니다.&' -1989년 당시 정주영 회장 이미 이때부터 대북사업의 뜻이 있었던 거야. 하지만, 논의만 하고 성사는 되지 않았어. 정 회장은 그때부터 계속 때를 기다렸어. 그리고 다시 문을 두드릴 땐, 판문점을 넘어 육로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대. 판문점을 열어야 금강산도 열릴 거라 생각한 거야. 4개월이 지나 10월 27일, 2차 방북이 이뤄졌어. 원래 소 500마리 보내기로 했는데, 거기에 1마리를 더 붙여 501마리를 보냈어. 왜? 총 1000마리를 보내는데, 그렇게 딱 떨어지면 마침표 같으니까 한 마리를 더 보내자는 거야.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셨대. 정 회장의 방북 소식은 북한에서도 방송됐어. 돌아온 회장님은 이번에도 큰 선물을 받아 왔어. 정주영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난 거야. &'10월 30일 밤에 9시쯤 됐나? 갑자기 그쪽 관계자들이 부산히 움직이더니, '위원장이 오신답니다' 해요. '연세가 높으신 정주영 회장이 계신데, 내가 찾아봬야 되겠다' 해서 왔다는 겁니다. 그때 북쪽 관계자들 얘기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때 면담을 하시고, 한 30, 40분 정도 만났을 겁니다.&' -우시언, 당시 종합기획실 팀장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외부인사를 직접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대. 이날을 기점으로, 계획 중이었던 사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어. 정주영 회장이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금강산으로 유람선이 떠났어. 그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어. &'그 큰 배가 만을 이렇게 끼고도는데, 그 뾰족한 뱃머리가 하얗게 보이더라고요. 그때의 그 감동은, 말할 수가 없죠. 지금도 소름이 돋는데. 그때 배가 들어와서, 관광객들이 부두에 내려서, 부두에 내리자마자 펑펑 우시는 분도 계셨고. 지게에 아버지를 짊어지고 오신 분도 있었어요. 또 어떤 분은 제사상을 차려 가져오셔서, 꼭대기에 자리를 펴고 (돌아가신 실향민) 부모님께. 통일을 염원하면서 절을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백천호, 당시 금강산 관광 담당 실향민들에겐 평생의 한이자 꿈이 이뤄진 거야. 2003년엔 금강산 육로 관광까지 가능했어. 금강산 관광이 가능했던 10년 동안, 금강산에 갔던 사람들은 195만 명이야. 200만 가까운 사람이 정주영 회장 덕에 북녘땅을 밟아본 거지. 그리고 또 하나, 개성공단. 개성에 공단을 만들어서 남북이 함께 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거야. 우리는 자본과 기술, 북한에서는 노동력을 제공했어. 2004년 12월, 개성에서 만든 시제품이 국내에 반입됐어. 첫 번째 그 시제품, 일명 '통일 냄비'야. 그런데, 남북 사이가 계속 좋기만 했을까. 1차 방북 석 달 후, 북에서 온 통지문에는 &'지난 8월까지 15마리의 소가 죽었고, 8마리의 소가 폐사 직전에 처해있음. 남조선에서 소들이 폐사되도록, 소들에게 소화될 수 없는 불순물질들을 먹이는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음&'이라 적혀 있었어. &'북쪽에 호의를 가지고 소를 보내주었는데, 소에게 밧줄을 먹여서 올려보냈다고…세상이 깜깜하더라고요 그때.&' -김철순, 당시 총무부 이사 소가 갑자기 줄줄이 폐사해서 부검을 해봤더니, 상식적이지 않게, 비닐과 밧줄이 나왔대. 정부는 물론, 국민들이 난리가 났어. 급히 조사단을 북으로 파견해서 죽은 소들을 조사하고, 우리나라에 남은 소들을 조사했어. 결과는? 비닐과 밧줄이 우리나라에서 들어간 게 맞아.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소들을 방목해서 키웠잖아. 그때 방목한 간척지가 예전엔 김 양식장이었대. 김 양식 때 쓰던 비닐과 밧줄이 땅 속에 남아있다가, 소들이 그걸 먹은 거야.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는 소들은 문제가 없잖아? 원인은 바로, 장시간 수송으로 인한 '수송열'이였어. 소가 장거리 이동 후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질환이야. 차를 타보지 않은 소들이 장시간 이동한 데다가, 낯선 북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거야. 오해를 풀면서 2차 방북이 이뤄졌지만, 남북관계가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았어. 금강산 관광은 어떻게 됐을까? 2008년 7월 11일에 일어난 일이야. &'오늘 새벽 5시쯤, 금강산 해수욕장 근처에서 혼자 산책을 하던 관광객 53살 박 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북측이 비무장 민간인인지 충분히 식별할 수 있었는데도 총격 시각을 조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시 뉴스 내용 中 출입금지 지역에 들어가서 벌어진 일인데, 북한군의 대응을 두고 문제가 커졌어.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어. 그리고 개성공단도 마찬가지지야. 2016년 이후로,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로 가동이 멈췄어. 이렇게 멋진 이벤트를 했는데, 육로로 금강산을 관광하던 그 시절도, 통일냄비를 만들던 공장도, 지금은 너무 먼 얘기가 된 거야. 소떼 방북은 우리에게 뭘 남긴 거 같아? 2001년 정주영 회장이 타계했을 때, 북한 조문단이 장례식장을 찾아왔어. 전례 없던 최초의 일이야. 정치 상황과는 별개로 이런 일이 가능했던 때도 있었어. '통일해야 한다'라는 까마득한 얘기가 아니라, 한 번쯤은 우리의 특수한 역사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해. 서로가 열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주다 보면 어느 순간, 소가 다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정주영 회장이 자주 한 말, &'이봐 해 봤어?&'처럼. 사람은 하고자 하는 뜻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고 하니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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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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