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심성대씨가 공개한 김선일씨 이메일
“미군만행 소름끼쳐”
이라크에서 피살된 고 김선일(33)씨는 이라크 현지에서 미군의 만행에 대해 크게 실망했으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거듭 밝혀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고인의 절친한 친구인 심성대(35)씨가 23일 언론에 공개한 고인의 전자우편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전자우편은 고인이 심씨에게 5월 8, 15, 30일에 보낸 것들이다.
고인은 5월15일 전자우편에서 “소름끼치는 미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가지고 갈 것”이라며 “나는 미국인, 특히 부시와 럼즈펠드 미군의 만행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고인은 또 “미국인에 대한 인상은 좋은 편이었는데, 여기 와서 다 허물어졌다”고 고백했다.
5월8일 편지에서 고인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뜻을 밝혔다. 고인은 “이제는 정말로 여기에 있기가 싫다. 하루 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며 “빨리 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라고 적었다. 또 5월15일에는 “5월말이나 늦어도 6월초 쯤에는 20일 간 일정으로 휴가를 갈 예정”이라고 적었으나, 피랍 당일로 알려진 5월30일에 보낸 마지막 펀지에서는 “요즘은 달력을 더욱 자주 보게 된다. 휴가날짜 때문에…빨리 6월 말이 왔으면 좋겠는데”라며 회사 사정으로 휴가 일정이 연기됐음을 안타깝게 전하고 있다.
이밖에 고인은 5월18일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 회사직원들 다섯명이 조촐하게 예배를 3주째 드리고 있다”며 “나는 설교를 맡고 있다”고 적어 선교를 위해 이라크에 왔음을 암시했다. 심씨는 이와 관련 “선일이는 ‘중동선교회’를 통해 가나무역과 연결돼 이라크로 떠났고, 매주 금요일마다 이라크 교회에서 설교를 했다”고 덧붙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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