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심야토론(핵폐기물 위도선정 적합한가)을 보고 최열 선생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KBS-1 심야토론을 보고 원자력을 전공한 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열 선생님께서 주장하신 내용에 대해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환경을 사랑하시는 최열 선생님의 열정을 존경하고 있고, 환경문제에 대한 최열 선생님의 주장이 타당하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최소한 지난 일요일 토론 전까지는요.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근거도 없는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다른 반핵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원자력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선동하기에만 급급하신 선생님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우리 사회의 지도자이시자 공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선생님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시게 된다면 종국에는 밝혀지겠지만 밝혀지기까지 막대한 우리 국민의 에너지 소모를 대가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이 주장하셨던 내용중 사실과 완전히 다르거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항들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첼라빈스크 핵폐기장입니다. 선생님은 핵폐기장이라고 하셨지만 첼라빈스크 시설은 핵폐기장이 아니라 구소련의 핵무기 제조시설중 하나입니다. 핵무기 제조시설에서는 고농도의 플루토늄을 취급하고 있고 핵무기 개발 초창기에 핵임계 사고가 종종 일어났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를 모르실리 없는 선생님께서 마치 위도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3억평에 달하는 엄청나게 넓은 지역의 방사성 오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처럼 주장하신 것은 무어라 변명하셔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둘째 프랑스 라아그 핵폐기장에서 지하수의 3중수소 오염도가 일반 지하수의 14-44만배가 검출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우선 라아그 핵폐기장은 핵폐기장이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사용후 원전연료 재처리단지로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재처리시설에서는 사용후 원전연료를 절단하여 처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핵연료 속에 포함되어 있던 소량의 3중수소가 환경으로 누출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농도는 환경방출규제치보다 훨씬 낮게 유지되고 있고, 환경시료중의 3중수소 농도를 계속하여 측정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지표수나 해수중의 3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0-15 Bq 정도로서 기껏해야 일반 지하수의 10-15배 수준에 불과할 뿐입니다(www.cogemalahague.com 참조). 참고로 원자력 시설 주변의 삼중수소 농도는 지표수에서 훨씬 높으므로 지하수에 대한 자료는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보다 훨씬 낮은 수치일 것임을 확신합니다. 삼중수소는 환경에서 대부분이 물로 존재하고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어느 지역의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되면 상당 기간 그 농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주장하신 대로 14-44만배가 검출되었다고 한다면 지금도 많은 양의 삼중수소가 검출되어야 합니다. 또한 라아그 지방의 우유, 유지방에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발견되었다고 하셨는데, 발견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연 방사성핵종인 칼륨과 인공 방사성 핵종인 세슘은 어느 지방에서 나오는 우유에나 거의 비슷한 양이 포함되어 있으며, 삼중수소와 방사성 탄소의 농도는 다른 지역의 우유중 방사능 농도보다 약간 높았을 뿐입니다. 인공 방사성 핵종 모두를 합한다고 하더라도 자연핵종인 칼륨보다 그 농도가 낮습니다. 따라서 인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으며, 그 지역 주민들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셋째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입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더더욱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는 관련이 없는 사고입니다. 사고의 본질은 차치하고라도 선생님께서 주장하신 3만 명 이상 사망하였다는 내용을 저는 공신력있는 기관의 어떤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도 OECD에 가입하고 있으니, 저는 2002년 발표된 체르노빌의 방사선 영향에 관한 OECD NEA의 보고서(CHERNOBYL Assessment of Radiological Health Impacts)를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고서 79쪽에 따르면 방사선에 의해 바로 사망한 사람은 병원에 입원하게 된 환자 237명중 28명이었다고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 후 아직까지 어떠한 추가 사망자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보고서에서 암의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고, 체르노빌 사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갑상선 암환자수가 34.6명(88쪽)이며 앞으로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발생하게 될 암환자수가 670명일 것(89쪽)이라는 보고자료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동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그 확률이 워낙 낮아 통계적으로 확인하기가 불가능한 정도입니다. 확인이 안 된 미래의 사망자를 모두 합한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이 주장하시는 3만 명 이상 사망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납니다.
넷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발부츠 핵폐기장에서 대규모 수소 누출로 방사성 물질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발부츠 핵폐기장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확실합니다. 이 폐기물 처분장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지대에 위치하고 있는데, 1997년 폭우가 이 지역에 쏟아졌습니다. 당시 처분장에는 처분을 하기 위해 운송되어 온 드럼들이 처분장 안에 쌓여 있었고, 이 중 일부 드럼에 균열이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되었습니다. 폭우로 인해 균열 틈새로 빗물이 스며들었으며, 그 결과 드럼 안에 있던 건조된 염 성분의 일부가 스며나와 석출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처분 트렌치(trench) 주변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트렌치 밖으로는 오염물질의 확산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www.anc.org.za 참조). 더군다나 중저준위 폐기물 드럼에 기체 상태의 수소가 대규모로 누출되어 확산되었다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기체 상태의 수소를 폐기물 드럼에 담을 수도 없거니와 담을 이유도 없으니까요.
다섯째 영국 드릭 핵폐기장 주변의 비둘기와 곤충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주장을 되새겨 보면 마치 비둘기나 곤충에 방사성 물질이 특별히 축적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속에는 천연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그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핵종이 얼마나 검출되었고, 자연에서 확인된 방사능 준위보다 어느 정도 높았는지를 설명하셔야 합니다. 제가 무지해서인지 아직까지 선생님이 주장하신 것과 같은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를 알려 주신다면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공부하여 우리나라의 방사선 안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겠습니다.
여섯째 영국 셀라필드 핵폐기장 재처리시설 주변의 어린이 이빨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우선 셀라필드는 핵폐기장이 아니고 재처리시설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어린이 이빨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나 보고서 역시 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출처를 알려주셔서 저의 안목을 넓혀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일곱째 플루토늄239 1그램이면 백만 명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플루토늄은 알파선을 내는 방사성 핵종으로서 호흡을 통해 흡입되어 폐속에 플루토늄 입자들이 직접 들러붙지 않는 한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음식물과 함께 섭취할 경우에는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바로 배설됩니다.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지만 플루토늄이 우리 몸에 잘 흡수될 수 있는 화학 형태로 조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여 1그램의 플루토늄을 1만 명에게 나누어 먹이게 되면 확률적으로 약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1950년대 미국의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국방프로그램업무(핵무기제조)를 수행하던 약 25명의 작업자들이 사고로 인하여 기체상태의 플루토늄 상당량을 체내로 흡입하게 되어 폐암이 우려됐으나, 이 사건 이후 이들의 건강상태를 미국정부에서 면밀히 추적 관리한 결과 약 30년이 지난 1985년 시점에서도 이로 인한 폐암 환자는 발생되지 않았음이 국제전문학술지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Georg L. Voelz, Roberts. Grier). 어떠한 근거로 선생님이 그러한 주장을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이론적으로 플루토늄 흡입이 있을 수 있는 최적조건을 가정할 경우 24g(반핵주장의 2,400만배)이 있어야 1명 정도가 폐암에 걸린다고 합니다("The Myth of Pu toxicity"B.L.Cohen.1989). 근거없는 주장으로 혼란만을 가중시키시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플루토늄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의 주장으로 인해 위도 주민들은 처분장이 들어서면 자신들이 플루토늄에 의해 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았을까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여덟째 산자부와 한수원에서 암환자 발생수치를 조작하였다는 주장이십니다. 주장의 터무니성은 둘째치고 이는 한수원의 명예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행위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수원에서는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암발생 등에 관한 역학조사를 서울대학교 병원에 일임하고 있으며, 서울대 병원은 독자적인 판단과 기준에 의해 공정하게 원전 주변의 역학자료를 조사분석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이나 산자부가 서울대에서 발표하는 수치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선생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특히 예로 든 강릉지역에서는 역학조사가 수행되지도 않았고 그 지역의 암환자 통계수치를 역학조사에 인용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가슴속에서만 뱅뱅 돌 뿐입니다. 반핵운동하시는 분들은 있지도 않은 사실들을 주장하기도 잘 하시던데, 저는 있는 사실마저도 해명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그저 지금의 우리 현실이 슬플 뿐입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 국민들을 이끌어 가셔야 할 분입니다. 진실과 현실 위에서 답을 제시하셔야 합니다. 선생님의 혜안을 통해 원전수거물 관리사업과 원자력 발전의 미래가 밝은 답을 찾게 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