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달정도 방송국쪽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방송을 보다가 너무 슬프거나 기쁜 얘기가 나오면
연신 웃거나 훌쩍이면서도 `저거 뻥이야!`
몰아붙여버리곤 하던 시청자 입장에서
막상 `방송현장`에 뛰어들게 되자,
방송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방송이란 한번 보고 버리는 소모품 같은 거라
소설이나 전문지처럼 미사어구나 `심각함`으로
도배시키면 다수의 수요자를 놓치게 되는 것도 그렇고...
시청률 싸움이 얼마나 중요하며
또한 필요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원칙과 도덕성만을 내세워 시청률과 타협 안하면
비인기 프로그램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그 심오한 도덕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전파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의 특성상 문제가 크다.
방송이라는 것은 어차피 `전파성`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거나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일회성을 속성으로 하다보니 항상 시청률을 의식해
`흥미`와 `재미`를 쫓아가지 않을 수 없다.
양길승 부속실장 향응관련 `몰카`가
sbs뉴스를 통해 보도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더구나 `몰카내용`이 진실이고,
개인을 흠집내기보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보다 높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면
일응 정당성이 부여되기도 한다.
또 처음부터 특종형식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라,
회사측에서 사실확인절차를 밟던 중에
신문과 같은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분위기를 타고 보도하였다는 점에서도
수긍은 간다.
한마디로 제보받은 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
제보받은 내용이나 몰카 자체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었던 데다
이 문제의 공론화 분위기를 타고 몰카를 내보내지 않으면
희귀자료가 적기적소에 이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터이고,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건 `방송내용`이 진실이면 되는가,
`방송과정`까지 진실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하고도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는 듯한데...
휴먼 다큐를 찍는 작가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휴먼다큐를 구성하는 모 작가는
취재도중 자주 의도된 연출을 시도한다고 한다.
원하는 그림을 위해서 당시 상황에서 벌어지지 않고 있는 일들을
드라마처럼 거짓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거다.
물론 그 연출을 `거짓`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분명 그 사람의 다른 날에는 그러한 사실이 있었고,
다만 당시 그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
시간에 쫓기는 방송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의도했다는 거다.
모 작가는 그 과정에서 심한 회의를 느낀다고 했다.
`방송내용`은 사실이지만,
그 `방송과정`은 `꾸밈`과 `연출`로 얼룩져 있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비드라마 부분은 사실에 입각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책임이 언론에 비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이 정도쯤은 용인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시청자들도 다 아는 사기이고
이 정도 사기는 사회적으로도 도덕성 시비가 붙을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은 조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카`를 특종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쥐고,
더구나 일회성 성격이 농후한 `방송`이라는 특성상,
이 문제가 공론화까지 된 마당에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뭐 그리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겠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러나, `언론`이 안고있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면,
항상 객관적이고 정확한 펜자루를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보자가 밝혀지지 않는 `몰카`의 보도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본다.
위의 여러 이해에도 불구하고,
불명확한 출처의 `몰카` 방영은
자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요구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방송이면서도,
연예오락프로그램이나 심지어 휴먼다큐와도 다르게
sbs 뉴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항상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간직하기를 바라는
한 시민이 `언론에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