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마리 새끼두꺼비의 이동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하지만 청주시의 아이들은 무척 운이 좋습니다. 도심 안에 구룡산 자락 속에 소담한 원흥이방죽이 자리잡고 있었고 맹꽁이, 산개구리, 도룡뇽, 가재, 반딧불이, 꿩, 수리부엉이, 고라니가 그들만의 생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도심 속의 천혜의 생태공원인 원흥이마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일 수백 명의 탐방행렬이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택지개발사업이 두꺼비집단서식지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또, 두꺼비 핵심서식지에 청주지방법원·검찰청이 입주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생태계도 보전하고 기존의 생태파괴를 자행하는 택지개발도 바꿔보자 청주의 시민단체들은 연대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전체 개발면적 33만2천평 중 두꺼비 핵심서식지 2만여평을 보전하면 구룡산 공원 38만평과 연계시켜 40만평 가량의 생태공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넘는 노력에 대한 토지공사의 답은 이동통로 하나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생태학자들이 한결같이 서식지 보전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지난 2월 17일에 벌목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로 현장에서의 몸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침 7시에는 원흥이마을로 모였습니다. 총선 때는 핵심의제로 제안하여 낙선운동도 해보고, 생명기도회, 1인시위, 음악회, 삼보일배, 토지공사 점거, 단식농성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봤습니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날엔 새벽 5시에 용역인부 200여명을 동원하여 공사를 강행하였습니다. 자연안내자로 참여하는 어머니자원교사 한 분이 삽날에 이마가 찢겨져 경찰조사까지 받았는데 우리끼리 그러다 다쳤다고 합니다. 한번은 낫들고 찾아와서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명예훼손, 업무방해, 기물손괴, 폭행 등으로 우리를 고소하였습니다. 지난 5월 24일 공사방해중지가처분신청이 판결되자 이제 시민대책위원회 전체의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공사는 대부분 진척되어 현재 두꺼비 핵심서식지 2만여평 정도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이제 마지막 공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원흥이지킴이 1000인행동단을 조직했는데 1067명이 참여하였습니다. 5월 30일에는 원흥이생명평화를 위한 원흥이방죽껴안기 행사를 했는데 새벽 6시에 700여 명의 시민들이 도착하는 감동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원흥이마을생태보전운동은 생태파괴적 택지개발에 제동을 거는 상징적 사안이 되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전체 33만2천 평 중 녹지로 보존되는 6만여 평 중에 단지 2만여 평을 원흥이 방죽 뒤편으로 집중시켜 전체 택지개발 면적의 변동 없이 위치조정을 통한 두꺼비 생태공원 조성이라는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명소가 될 수 있는 두꺼비 생태공원을 조성하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고 살기 좋은 아름다운 청주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청주시민의 염원과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