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녀의 영어 유치원 진학을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듯 싶다.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 애는 영어 만큼은
확실하게 가르쳐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무리해서라도 월 70-100만원에 달하는
교육비를 감수하고 영어 유치원에 아이들을
집어 넣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은 편이다.
덕분에 한국의 영어 교육 비즈니스는 경제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번창 일로를 걷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보면
정말 놀랄 만큼 영어를 잘 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7살난 아이가 영어로 자기소개하는 걸
주저하지 않을 만큼 영어에 대한 친밀감과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잠시 영어의 바다, 아니 영어의 얕은
연못에 빠졌다가 초등학교로 진학한 어린이들은
습득한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배운 걸 잊어버린다.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한 데, "영어는 우리말
실력 이상으로 늘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대한 학습 체계나 깊이가 없는 상태에서
영어적 사고를 강요해봤자 소용없는 짓이 되고
만다. 우리말에 대한 충분한 노출과 학습이 이
뤄진 뒤에서야 영어도 그만큼 늘어간다는 단순한
원칙을 많은 부모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어떤 엄마가
참관수업차 그곳에 갔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반에 6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촌지나 선물을
들고 가지 않은 사람은 자기 혼자뿐이어서 놀랐
다고 한다. 외국인 선생님들도 한국 엄마들의 이
유난스런 극성에 익숙해져서 주저없이 챙기는 모습
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는 얘기다. 자기 아들이 왜
학원을 다녀와서 유독 벌받을 때 듣는 말인
"in the corner"말을 연발했는지 그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다음달 영어유치원 등록을 포기하
했다고 한다.
한창 많은 체험과 독서와 놀이에 빠져있어야 할
시기, 영어라는 감옥에서 매일 주눅들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해방시켜줄 사람은 오직 엄마뿐이다.
그렇다고 영어 공부를 아예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어차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살고 있는 이상, 좀더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영어
를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찾아 교육을 시
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